주간동아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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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도입되면 한국 증시는 재난 상황”

개미들 “민주당 폐지 반대 시 촛불집회”… 금투세 폐지 청원 6만 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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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4-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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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캘핑(초단기매매) 시대에 우리 개미가 수익을 내기는 더 힘들어진다. 어떻게 이런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식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초보이고 아직도 손실 중이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금 회피성 매도 물량으로 증시가 불안해져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 같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2022년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반대해 개최한 촛불시위 모습 [한투연 제공]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2022년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반대해 개최한 촛불시위 모습 [한투연 제공]

    올해 3월 26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금투세 시행을 막아달라며 보낸 서한 겉면. [한투연 제공]

    올해 3월 26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금투세 시행을 막아달라며 보낸 서한 겉면. [한투연 제공]

    ‘금투세 폐지’ 국회 청원 5만8000명 돌파

    4·10 총선 후 주식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압승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추진하던 금투세 폐지가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은 금투세를 시행 중인데 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올라갔다” “5000만 원 벌면 세금 좀 내고 같이 잘살자”며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는 투자자도 가세해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금투세 폐지를 외치는 개인투자자의 온라인 민심은 국회로 옮겨 붙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4월 9일 등록된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은 17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이튿날 소관 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회부됐다. 기재위가 해당 청원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본회의에 올려 심의·의결하게 된다. 다만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청원은 자동 폐기된다. 일부 누리꾼은 “개미들의 민심을 보여주자”며 기재위 회부 요건을 달성한 후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청원 동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4월 25일 오전 기준 5만8000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연간 주식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 250만 원) 이상 소득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22%(3억 원 초과분은 27.5%)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다(표1 참조). 현재는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 원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 고액 투자자만 양도세를 낼 뿐 주식 매매차익에 붙는 세금은 없다.



    “금융투자로 소득 생겼을 때만 과세해야”

    2020년 여야는 금투세를 신설해 2023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22년 대선에서 금투세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하자 국민의힘은 조세 저항을 이유로 도입 유예를 촉구했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유예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금투세 도입은 2025년으로 미뤄졌다. 제도 시행을 1년 앞둔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발맞춰 여당은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는 것을 뼈대로 한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라 해당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금투세는 내년 예정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도입을 추가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금투세 정국’은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금투세의 주된 도입 취지는 한마디로 ‘소득이 생겼을 때만 과세하는 조세 원칙’이다(표2 참조). 이는 크게 두 갈래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주식 등 금융투자로 수익을 봤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 전반에서 손실을 봤어도 일부 상품에서 수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측면도 있다. 가령 주식과 펀드에 동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주식에서 3000만 원 손실, 펀드에서 2000만 원 이익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손익과 관계없이 주식거래세는 물론, 전체 투자에서 1000만 원을 손해 봤지만 펀드 수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 세제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기에 통합 인별과세로서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금투세 찬성 측은 적용 대상이 주식 등으로 5000만 원 이상 수익을 본 사람이라는 점에서 99% 투자자는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요국 중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이 금투세와 유사한 형태로 금융자산 자본이득에 과세하고 있다는 점도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표3 참조).

    그렇다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금투세 반대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금투세가 외국인투자자와 외국계 펀드에는 부과되지 않고 국내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돼 불공평할 뿐 아니라, 과세 대상인 고액 투자자가 이탈하면 주가 하락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금투세 반대 여론을 좀 더 자세히 듣고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를 4월 24일 전화 인터뷰했다. 한투연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최근 금투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 주식시장 수준을 고려하면 금투세 도입은 유치원생에게 어른 옷을 입히는 격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다. 금투세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자본시장을 도입한 지 오래된 선진국이다. 대만은 1989년 도입 한 달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하자 결국 폐지했다.”

    도입 찬성 측은 금투세 도입이 거래세 인하를 통한 세제 정상화라고 말하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도 단타투자 성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세마저 낮아지거나 없어지면 단타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폭증할 것이다. 일부 실력 있는 대형 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에겐 호재다. 이들은 고빈도 단타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1초에 1000번 가까이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인 단타투자자나 기업이 몰려들면 한국 주식시장은 쑥대밭이 된다.”

    “1% 큰손 빠져나가면 99% 투자자도 손실”

    금투세 부과 대상은 상위 1% 투자자라서 일반 투자자 피해는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1%의 큰손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결과적으로 나머지 99% 투자자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먼저 나가면 그나마 손실을 적게 보고, 나중에 나갈수록 큰 손실을 보지 않겠나. 금투세 도입은 주식시장 혼란을 야기해 당장 과세 대상인 1%뿐 아니라 나머지 99%도 함께 손해 보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향후 한투연의 금투세 도입 반대 활동 방향은.
    “금투세 도입을 국내 주식시장의 재난 상황이라 규정하고, 민주당이 계속 금투세 폐지에 반대한다면 대규모 촛불집회도 불사할 것이다. 1400만 투자자를 고려하면 무조건 폐지가 답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의원들에게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민심을 서한과 전화 등 여러 방식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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