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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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강북 역차별’ 시정되나

서울 중계동 주민들 “재산세 취소 청구소송”… 시가표준액 제도 위헌심판도 청구할 듯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0-1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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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세 ‘강북 역차별’ 시정되나

    강북지역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조영인씨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강남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오히려 재산세를 적게 내는 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5배가 넘는 재산세를 부과받고 크게 반발했던 강북지역 주민들이 처음으로 재산세 청구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로써 ‘재산세 불평등’ 문제가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D아파트에 사는 조영인씨와 남미경씨 부부는 10월7일 아파트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재산세 부과는 부당하다며 노원구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재산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조씨 부부가 ‘강북 주민을 대표해서’ 재산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게 된 것은 행정자치부가 재산세를 부과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시가표준액 제도가 부동산 시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정부가 정한 임의 기준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조씨 부부는 소장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아파트 26평형은 4만7240원의 재산세를 내는 데 비해 경기 용인 수지의 60평형 성지아파트는 비슷한 시세인데도 불구하고 대치동 현대아파트의 5배가 넘는 25만7720원의 재산세를 내고 있다”며 이는 시가표준액이 실제 시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북지역이 강남보다 5.5배 많이 내

    지방세법에 따르면 아파트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거래가격, 수입가격 등을 참작해 정한 기준가격에 종류, 구조, 용도 등 대통령이 정하는 과세대상별 특성을 감안해 매년 1월1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조씨 등은 이 규정에 의해 시행된 시가표준액 제도가 부동산의 시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행자부가 정한 임의 기준에 따라 과세되고 있어 강남북 간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내가 낸 재산세 금액이 많아서 이를 깎아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고 강남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강북 주민들보다도 재산세를 더 적게 내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씨는 소장에서 “현행 시가표준액 제도가 실제 시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조세평등주의 위반으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송을 대리한 최원 변호사도 “시가표준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지방세법 111조 2항에 대해 조만간 위헌심판을 제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변호사는 “문제의 지방세법 조항은 1994년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한 차례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따라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던 조항만 옮겨졌을 뿐 내용은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법률적 형식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시가를 반영하지 못한 시가표준액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조씨의 재산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은 강북지역 아파트에 사는 다른 납세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얼마 전 건설교통부에서 서울시내 5개 지역의 재산세 부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강북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강남지역 아파트 주민들에 비해 무려 5.5배나 재산세를 많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세가 3억4000만원대인 강남구 대치동 26평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7만5000원 정도의 재산세를 내는 데 비해 비슷한 시세의 노원구 하계동 49평형 아파트 주민들은 무려 5배가 넘는 41만3000원의 재산세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강남북 재산세 차별 사실이 알려진 뒤 회원들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이미 10명 이상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남북 재산세 차별에 성난 강북 주민들의 추가 소송이 줄을 이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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