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현지 시간) 폴란드 그디니아항구에 K2 전차 긴급소요분 180대 중 일부인 5대가 예정 납기보다 3개월 빨리 도착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 목표주가 4만 원대로 올라
현대로템 주가 청신호 전망의 주된 근거는 탄탄한 실적이다. 현대로템의 1분기 매출은 68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지만 같은 시기 영업이익(319억 원)은 35.5%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주요 기업 대다수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 현대로템은 오히려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방산 부문의 역대급 실적에 힘입었다. 1분기 매출은 26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1825억 원)보다 42% 급증했다. 현대로템의 전통 사업 분야인 철도 부문의 매출 규모는 3692억 원으로 여전히 방산 부문보다 크지만, 전년(4331억 원) 대비 15% 감소했다. 수주 잔고(1분기 말 기준)는 14조31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43% 증가했는데, 방산 부문만 따져도 5조5017억 원으로 246% 급증했다.
K2 전차 폴란드 1000대 ‘수출 진격’
현재 현대로템의 가장 큰 해외 고객은 폴란드다. 2008년 튀르키예와 계약은 기술이전 형태였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완제품 수출 고객은 폴란드가 최초인 셈이다. 폴란드군은 K2 전차를 긴급소요분 180대를 포함해 최대 100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해 2025년까지 긴급소요분 180대를 수출하기로 했다. 올해 3월 31일에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및 계열사와 K2전차 현지 개량형 모델 K2PL 생산·납품을 위한 컨소시엄 이행합의서를 체결했고, 본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로템이 이르면 6월에 폴란드와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실제 본계약은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앞선 긴급소요분은 국내 생산 중이던 물량을 수출하는 형태였으나, 이번 K2PL 계약은 기술이전 형식이라서 그 범위 및 가격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한국에서 생산해 직수출되는 180대 중 현재까지 폴란드에 인도된 물량은 22대다. 지난해 12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직접 환영행사를 열어 인수한 10대에 이어 올해 12대가 추가로 수출됐다. 폴란드로 직수출되는 180대와 향후 본계약 체결 후 라이선스 생산되는 820대 매출이 실적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대로템은 든든한 먹을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기술이전 등 라이선스 생산은 수출국 입장에선 사실상 핵심 부품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정도라서 직수출보다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증강 선두에 나서면서 동유럽 맹주로 자리매김하려는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은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 치환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폴란드를 교두보 삼아 동유럽 국가에 수출길이 열리면 규모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 제고→수출 증대→부품 판매 및 정비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K2 전차 수출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외교부, 국방부, 국내 방산업체가 5월 2일 18개국 주한 외교단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으로 초청해 K2 전차 전투 시연을 보이는 등 ‘방산 세일즈’도 전개되고 있다. 이 행사 후 현대로템을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현대로템도 각국 안보 상황과 군 소요에 맞는 ‘맞춤형 전차’를 앞세워 방산 전시회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K2 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 가격 때문이다. 현재 전차 전력을 증강하려는 국가 처지에서 구매 선택지는 한국 K2나 미국 에이브람스, 독일 레오파르트 정도다. 기존 세계 방산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주요 주자였던 러시아, 중국 무기는 신냉전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변수 탓에 판매를 망설이는 국가가 적잖다.
“미국, 독일 전차보다 저렴”
K2 전차의 대당 가격은 한국군 납품 기준 약 1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차를 비롯한 방산 수출 가격은 상대국 정부와 계약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기 본체뿐 아니라 임무 수행 및 훈련에 필요한 장비와 각종 부품 가격을 포함한 ‘프로그램 코스트’는 계약 당사자들이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중동 일부 국가처럼 자체 정비 역량이 부족한 경우 정비에 필요한 인력이나 인프라까지 방산 계약 조건에 포함하기도 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부가가치 창출이 용이한 것이다. 이 같은 수출 프로그램 코스트를 감안해도 K2 전차가 미국, 독일 경쟁 모델에 비해 저렴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국산 K2 전차의 성능은 미국, 독일 모델에 견줘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데다, ‘가성비’와 후속 정비 및 군수지원을 감안하면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더 높다”며 “향후 폴란드에 인접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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