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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편의점의 똑똑한 제작자
챗GPT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이 유통업계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MZ세대가 소비시장의 중추로 떠오르자 이들을 공략하는 주요 전략으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AI의 활용 범위도 한층 넓고 다양해졌다. ‘초(超)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해 개인에게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상품 기획의 모든 과정을 AI가 설계한 제품까지 출시됐다.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이 만든 GS25의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 [GS25 제공]
백화점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AI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는 물론, 마케터의 감에 의존하던 광고 문구 제작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1월에는 AI 챗봇 상담 서비스 ‘젤뽀’를 도입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AI 기반 일대일 고객 상담 서비스로, 현대백화점은 물론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의 상담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그룹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어드밴스드 머신러닝’(AML) 기술을 도입해 10개월에 걸쳐 젤뽀를 개발했다. 2만5000여 건의 고객 상담 테스트를 진행해 97% 정답률을 기록했다. 일반 AI 챗봇 서비스와 달리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채팅 상담 기능도 탑재했다. 2월에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네이버의 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했으며, 감성적인 문구 제작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은 루이스에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문구 중 반응이 좋았던 1만여 건을 학습시킨 뒤 ‘봄’과 ‘입학식’을 키워드로 ‘향수’ 광고 문구를 만들라고 요청했다. 이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어떤가요?”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통상 행사 홍보 문구를 정하려면 2주가량 소요되는데, 루이스를 도입하면서 업무 시간이 평균 3~4시간으로 단축됐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에 20억 원을 투자한 현대백화점은 이번 투자를 통해 올해 하반기 더현대 서울에 MZ세대를 대상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안하는 헬스케어 스토어(가칭 핏타민랩)를 선보일 계획이다. 핏타민랩의 핵심 전략에도 AI가 적용된다. AI 기반의 고도화된 설문과 약사의 건강 상담을 통해 필요 영양성분을 추천하고 복용 방법 등을 코칭해주는 것이다.
마케팅 성패 좌우하는 초개인화 서비스
롯데마트는 5월 18일 대형마트 최초로 AI 선별 시스템을 적용한 ‘AI 선별 영주 소백산 GAP 사과’를 출시했다. AI 선별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하던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 기반의 첨단 AI를 활용한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더했다. 이를 통해 사과의 당도와 품질을 이전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또한 중량과 당도 외에도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 가능하다.유통업계는 단순 고객 맞춤을 넘어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온라인 서비스 제공에도 나서고 있다. 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통공룡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와 G마켓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우 지난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검색 패턴, 클릭, 구매, 관심 상품 등 개인의 행동 패턴을 자동 분석해 맞춤형 혜택과 기획전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G마켓은 2월 모바일 앱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해 약 10%의 고객에게 시범 적용했고, 연내 전체 고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개별 고객의 최근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모바일 홈이 구성되기 때문에 노출되는 화면이 고객마다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쇼핑환경이 구축되는 셈이다. 일례로 앱 전면에 노출되는 데일리 특가딜 코너인 ‘슈퍼딜’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최근 구입한 상품, 검색 빈도, 특정 상품 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롯데면세점은 3월 면세업계 최초로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인 MAS(Marketing Automation System: 마케팅 자동화 시스템)를 구축했다. 회원 등급이나 출국 일정 등 기본 정보를 반영한 메시지 발송 중심의 마케팅에서 탈피해 개인별 정밀 마케팅이 가능하다. 고객이 그동안 구매한 상품의 특성, 행사 반응률, 페이지별 체류 시간 등 세분화된 지표를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 7개월가량 해당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고객 유입이 기존 시스템보다 6배 이상 증가했고 추가 구매 유도 성공률은 75%에 달했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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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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