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점포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GS25 제공]
삼각김밥 같은 간편식이나 생활용품을 팔아 ‘24시간 슈퍼마켓’ 역할을 하던 편의점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 편의점은 택배, 금융 업무, 배달, 사진 출력, 전기차·휴대전화 배터리 충전, 반려동물 등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편의점 점포 수는 2021년 말 기준 5만 개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촘촘한 점포망을 구축한 상태다. 2021년 말 기준 점포 수 1위는 CU(1만5855개), 2위는 GS25(1만5499개)다.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점포 수 1만3000여 개로 업계 3위에 올라섰다. 올해 말까지 미니스톱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3사 간 점포 수 격차가 줄어 ‘편의점 3강’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4위는 6300개 점포가 있는 이마트24다.
최첨단 드론·로봇 배송도 선보여
편의점업계가 차별화된 소비자 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MZ세대로 대표되는 주 고객층의 편의를 높이고 집객 효과를 통해 매출 상승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편의점업계 역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시카고에 문을 연 고급 편의점 체인 ‘폭스트롯’이 대표적인데, ‘미래 편의점의 표본’으로 일컬어진다. 미국 내 2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권에 특화된 로컬 푸드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벅스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매장에 수제맥주, 고급 와인 등 발품 팔아 엄선한 상품과 더불어 로컬 맛집, 유명 셰프와 공동개발한 메뉴 등을 선보이며 카페 역할도 겸하고 있다.편의점의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자사의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한 택배다. 편의점에서 접수한 택배를 고객이 배송을 지정한 점포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2020년 3월 선보인 CU의 ‘CU끼리 택배’는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접수가 가능하고, 운임이 1㎏ 이하 기준 1600원으로 일반 택배(4000원대)보다 30~40% 저렴하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년도 채 안 돼 이용자가 7배가량 급증했다. GS25와 GS더프레시에서 이용 가능한 GS25의 ‘반값택배’는 연중무휴 24시간 접수할 수 있고, 일반 택배 대비 최대 65%까지 저렴하다. 2021년 거래 건수의 78%는 이틀 만에 배송이 완료돼 배송 기간도 일반 택배 수준으로 개선됐다.
세븐일레븐은 로봇과 드론을 도입한 최첨단 배송 서비스로 이목을 끌고 있다. 로봇 배송 서비스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배달로봇 ‘뉴비’와 함께한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서울 방배동 점포 3곳을 선정한 뒤 뉴비 3대를 통한 ‘다점포×다로봇 근거리 배달 서비스’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3차 테스트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드론 물류 배송 솔루션·서비스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손잡고 ‘가평수목원 2호점’에 유통업계 최초로 드론 스테이션을 갖춰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 배달부터 드론 배송까지 한 건물에서 원스톱으로 처리 가능하며, 점포 인근 펜션 두 곳을 지정해 상용화를 전제로 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MZ세대 발길 이끄는 이색 서비스
동네 오피스’ 역할을 하는 CU의 ‘프린팅박스’. [CU 제공]
GS25는 미래 자동차 에너지 유통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편의점 32곳, 슈퍼마켓 24곳 등 총 56곳에 급속 충전 설비를 구축했으며, 올해까지 50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의 통합 모바일 앱 ‘더팝’을 이용해 주류를 미리 주문하고 결제한 뒤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주류 스마트 오더 서비스 ‘와인 25 플러스’도 인기다. 와인과 양주, 전통주 등 5000여 종을 취급한다. 혼술, 홈술족 트렌드에 힘입어 매출은 2020년 론칭 초기에 비해 20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101개 기관의 공공요금 및 세금을 낼 수 있는 공공요금 납부 서비스도 고객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소매점 기능을 넘어 지역 사회의 필수적인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다채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족·펫팸족·골프족 겨냥한 차별화 전략도
세븐일레븐은 강원도 인근 점포에서 ‘캠핑카 청수 보충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홈케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2021년 롯데하이마트와 협업해 ‘홈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롯데하이마트 전문 CS마스터가 전문 클리닉 장비를 갖추고 고객 집을 방문해 가전과 침구를 관리해주는 토털 관리 서비스다.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서비스를 신청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사흘 이내에 롯데하이마트 측에서 고객에게 해피콜(전화상담)을 한다.
이마트24는 반려견 등록 서비스 플랫폼 ‘페오펫’과 협업해 동물등록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마트24 제공]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구석구석에 입점해 있어 지역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거지나 직장 근처 편의점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당연히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변 상권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이나 해당 점포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를 도입하면 뛰어난 집객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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