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장외주식 투자의 장점으로 리스크 대비 고수익을 꼽는다. [사진 제공 · 카카오뱅크]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가 아니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글들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또 대어가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이야기다. 8월 5일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하는 카카오뱅크는 IPO를 위해 보통주 6545만 주를 새로 발행하는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6월 28일 밝혔다. 상장 후 주식은 총 4억7510만237주,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이다. 상단 가격을 기준으로 한 공모 금액은 최대 2조5526억 원, 시가총액은 최대 18조5289억 원.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신청은 7월 26일과 27일 받는다. 공모액은 약 2조5000억 원으로 공모주 청약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4곳에서 진행하며 중복 청약은 불가능하다. 증권사 1곳에만 청약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한 후 2019년 당기순이익 137억 원으로 연간 첫 흑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 185억 원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7억 원이다. 따라서 청약하려는 투자자 사이에서도 ‘따상’(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 제한폭까지 올라 마감) 기대감이 크다. 이런 카카오뱅크 주식을 상장 전 미리 살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장외주식이란 상장 요건에 미달하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경우, 또는 보유 현금이 많아 공모를 통한 상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등의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당근마켓 같은 비상장주식 시장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카카오뱅크’를 검색한 결과. [각 애플리케이션 캡처]
장외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한 장외주식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얼핏 보기엔 중고나라나 번개장터, 당근마켓 같은 느낌이다. ‘팝니다’ ‘삽니다’ 게시판이 보이고, 서비스에 따라 바로 결제하고 살 수 있는 주식도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대일 채팅으로 협의해야 하는 주식도 있다.
장외주식 투자자 게시판을 보니 카카오뱅크 상장 시 주식이 16만~2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비상장이라 저렴할 줄 알았는데 비싸다. 몇 주 못 받아도 공모주 청약이 낫겠다” “지금 사면 된장주다. 오래 오래 묵히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6월 30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거래가는 8만~9만 원대로 공모가 희망 범위(3만3000~3만9000원)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외주식은 팔려는 사람은 적고 사려는 사람은 많기에 개인이 형성한 거래가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업계 1위 KB금융의 시가총액이 23조 원인 상황에서 카카오뱅크 장외 시총이 40조 원인 점 자체가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방증이라는 것.
장외주식 거래는 일반적으로 주식을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거래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아직 상장 전인 카카오뱅크 주식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카카오뱅크 주식 시세를 찾는다. 이때 여러 플랫폼에 올라온 가격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적정가를 산출한 뒤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원하는 가격, 수량을 협상해 정한다. 매도자가 먼저 주식을 이체하면 매수자가 대금을 지급한다. 또한 장외주식 거래로 수익이 발생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가장 안전한 장외주식 거래 방법은 개인 직거래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주식과 현금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닐 때는 주식을 먼저 받고, 돈을 입금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장외주식은 어디서 사고팔 수 있을까.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제도권 장외주식시장 K-OTC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평균 거래 금액은 2016년 6억5000만 원에서 2019년 상반기 27억 원으로 증가했다. 사기나 불법거래 걱정은 덜었지만 거래 가능한 비상장 종목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게 단점으로 꼽힌다.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상장주식 종합정보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 외에도 유안타증권의 비상장레이더,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 코스콤의 비마이유니콘,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네고스탁, 신한금융투자의 서울거래소(옛 판교거래소), 캡박스의 엔젤리그 등이 주로 쓰인다.
장외주식도 장기투자가 답
소 소장은 “장외주식 플랫폼 사업에 증권사가 많이 뛰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린이’(주식+어린이)는 플랫폼에 나온 기준가를 신뢰하게 되는데, 증권사는 중개만 할 뿐 거래가를 올리는 건 개인이기 때문에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그는 “증권사들은 재래시장처럼 돌아가는 장외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거래가를 올려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두고만 보지 말고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한 “상장이 얼마 안 남은 장외주식은 투자 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PO 대어로 불리는 크래프톤이나 카카오뱅크 장외주식을 매수할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2~3년 전에는 샀어야 했다”며 “장외주식도 단기성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장기투자를 한다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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