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을 음악 장르로 나눌 때 때로는 성별도 기준에 포함되는 모양이다. [GETTYIMAGES]
여기에 조금 변화가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틴팝’ 기조가 강한 최근 곡을 제외하면 음원 서비스에서 ‘힙합’으로 분류된다. 블랙핑크의 여러 대표곡도 마찬가지다. 에스파, NCT 드림도 그렇다. 메탈 사운드를 활용해온 아이돌들의 음악은 ‘댄스’가 아닌 ‘록’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분류의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사운드나 성향에 따라 상세하게 분류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여길 만하다.
남성 중심적으로 꾸려진 음악 장르
장르명에 유의하며 음원 서비스를 둘러보다 묘한 점을 발견했다. 장르에서 회색지대는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록’이나 ‘힙합’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데도 ‘발라드’나 ‘댄스’가 붙은 경우가 있다. 이 곡들은 왜 록이나 힙합으로 불리지 않을까. 드럼머신 사운드니까, 디스토션 기타가 없으니까, 기타 솔로가 없으니까, 목소리가 예쁘니까(?), 멜로디가 많으니까 같은 핑계를 댈 수 있다.때로는 성별도 분류 기준이 되는 모양이다. 낭만적이고 다정한 노래를 잘 부르는 장범준은 ‘록/메탈’ 아티스트라는데, 밴드 포맷을 취하고 그루브를 중시하는 옥상달빛은 ‘인디/발라드’다. 최근 발매된 조유리(아이즈원)의 ‘STORY OF US’는 일렉 기타 선율이 리드하는, 전형적인 록 구조를 보이지만 ‘발라드’로 표기됐다. 같은 노래를 보컬만 새로 녹음해 남자 가수와 여자 가수가 각각 발매할 경우 남자 버전은 힙합이나 록, 여자 버전은 댄스나 발라드로 기재되는 경우도 있다.
장르명을 기재하는 특정한 누군가가 굉장한 편견으로 여성은 ‘록’이나 ‘힙합’에서 탈락시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힙합보다 댄스 감상자들이 찾는 음악이라든지, 레이블 또는 아티스트 측이 록보다 발라드로 인식되고 싶었다든지 하는 이유들 말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수렴한다. 남성에게는 록이나 힙합 등 진지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르를, 여성에게는 발라드나 댄스 등 연성화된 음악을 기대하는 인식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다. 록과 힙합은 진지한 음악이라는 자부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다, 남성 중심적으로 판이 꾸려진 장르이기도 하다.
최근 시작한 JTBC의 연주자 오디션 ‘슈퍼밴드2’는 남성만을 참가 대상으로 해 비판을 받았다. 결국 여성도 모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잘된 일이지만 역시나 여성의 음악을 덜 진지하게 여기는 태도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하겠다. 처음에 여성을 배제한 이유가 ‘마룬파이브 같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겠다’는 취지 때문이라는 것은, 곧 그런 훌륭한 밴드의 멤버로서 여성을 상상할 수 없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록 사운드를 차용한 ‘이모(emo) 힙합’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록 차트에 힙합 아티스트도 당당하게 오르는 추세다. 장르 이름도, 그 벽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못 된다. 이모 힙합이 록을 닮은 만큼 어떤 음악이 록을 닮았다면, 록으로 불려도 된다. 그건 어느 아티스트건 마찬가지다. 성별은 장르의 요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