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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드롬’이 한 달째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대선 초기 정국도 과거 정치 문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의도에서 의정활동을 하지 않은 ‘0선’ 대선주자들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0선 대통령이 나온 사례는 없다. 국회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다른 정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의정활동이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필수 경력으로 여겨졌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경력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선주자들이 여야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0선이다. 최근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6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지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2008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후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선출직 공직자로 활동하고 있다.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총장도 검사로 활동했고, 최 전 원장은 판사로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김 전 부총리는 경제사령탑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기성 정치권 불신하는 국민
이들이 전현직 국회의원 등 ‘직업 정치인’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을 혁신해야 한다는 국민의 반(反)기득권 정서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으나 정부에 맞서는 뚝심을 보여줘 정권교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0선 대선주자들의 향후 대선 행보는 녹록지 않을 듯하다. 이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의정 경험이 풍부한 비(非)이재명계 대선주자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얻었던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입당 후에는 정치 기반이 탄탄한 기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의 표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