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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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보호자 소통 돕는 AI… 진단 목적 사용은 금물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거짓 진단하거나 최신 연구 모를 개연성…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6-06-2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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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질병 진단 등 목적으로 활용하는 보호자가 많은데,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질병 진단 등 목적으로 활용하는 보호자가 많은데,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동물병원 진료실 풍경도 달라졌다. “챗GPT한테 물어봤더니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고 해서 왔다”며 내원 동기를 챗GPT로 적는 보호자가 있고, 제미나이와 대화하며 보호자 스스로 진단까지 내린 뒤 이를 확인받으려고 오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를 고스란히 AI에 입력한 뒤, AI와 수의사 의견이 다르다며 “수의사가 오진을 했다”고 항의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수의사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고, AI가 이를 보완해준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의학에 정답은 없기에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또 다른 의견이 환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AI와 반려동물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온 보호자는 동물병원에서 실시할 검사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어 의료진과의 상담이 쉬워진다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AI와 상담해도 진단은 수의사에게

    AI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아주 뛰어난 거짓말쟁이라는 점이다. 한 번은 지인이 철갑상어의 질병에 대해 문의해온 적이 있다. 평소 접할 일이 없는 분야라 AI에 도움을 청하니 내 질문에 딱 맞는 논문을 찾아와 상세한 답변을 해줬다. 그런데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어 관련 학술지를 찾아보니 AI가 제시한 논문은 실은 개에 관한 것이었다. 그 연구 내용을 주어만 철갑상어로 바꿔치기해 자기주장의 논거로 삼은 것이다. 내가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거짓말을 검증할 수 없으니 꼼짝없이 속아 넘어갔을 테다.

    AI의 또 다른 문제는 최신 트렌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수의학은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한다. 몇 년 전까지 금기시되던 치료법이 좋은 치료 선택지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AI는 임상 현장 변화에 둔감한 편이라 이제는 폐기된 치료 프로토콜을 마치 지금도 유효한 것처럼 설명하곤 한다. 수의사는 이런 내용을 믿는 환자의 오해를 풀기 위해 더 많은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추가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렇다면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보호자 대다수는 진단을 위한 도구로 AI를 사용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정확한 진단의 전제 조건은 올바른 신체검사다. 보호자가 관찰한 내용을 AI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전문가의 검사를 대신할 수 없다. 특히 방사선이나 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의 경우 AI의 진단 정확도가 아직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진단은 수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그 대신 진단 후 질병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AI를 활용해보자. 수의사의 설명을 들어도 그 내용을 가족에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의 설명을 전부 이해했는데 막상 집에 가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꼭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질문이 수의사 앞에서는 막상 떠오르지 않아 당황할 수 있고, 때로는 너무 기본적인 질문 같아 차마 물어보지 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 AI를 활용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훌륭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반려동물 질병 이력 관리에 최적

    수의사가 설명한 질병명이나 검사 항목이 낯설어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할 때, 질병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식단과 운동법, 그 외 주의사항 등을 확인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문가가 이미 내린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로만 AI를 사용한다고 해도, AI를 통해 얻은 정보는 수의사에게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AI의 기억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의 특정 사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항생제 과민반응, 과거 수술 이력과 진단명 등은 매우 중요한 정보다. 동물병원에는 이런 내용이 다 기록돼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원을 옮기게 되면 관련 정보를 다시 얻는 게 쉽지 않다. AI를 내 반려동물의 건강 비서로 여기고 다양한 정보를 꾸준히 입력해두면 언제 어디서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향후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시대 변화를 맹신해서도, 반대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 반려동물의 일상을 관찰하고 수의사에게 잘 전달하는 게 보호자의 몫이라면, 보호자가 건네준 정보를 토대로 반려동물을 잘 치료하는 것은 수의사의 몫이다. AI는 이 둘 사이 소통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훌륭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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