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다른 물체에 기대어 비스듬히 자라는 것을 바로 세워보면 높이가 1m를 조금 넘는다. 잎은 전체적으로는 둥근 모양이지만 손바닥처럼 깊게 다섯 혹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9월쯤 피기 시작해 10월이면 전국 어디서나 절정을 맞는다. 꽃 한 송이 길이가 3cm도 더 되는 꽃송이가 이삭 모양으로 모여 주렁주렁 달린다.
사실 투구꽃은 약용식물로 더 유명하다. 초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깊은 산에 가면 이 식물의 덩이뿌리를 약으로 쓰려고 찾아다니는 약초꾼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식물이야말로 잘 쓰면 약이요, 잘못 쓰면 독이라는 이야기가 꼭 들어맞는다. 초오는 통증을 가라앉히고 경련을 진정시키며 습기로 허리 아래가 냉해지는 증세나 종기로 인한 부기를 다스리는 등 다양한 곳에 사용한다.
하지만 많은 미니라아재빗과 식물이 그러하듯, 약재로 사용하는 덩이뿌리에 맹독 성분이 들어 있어 전문가 처방 없이 그저 약초라는 이름만 듣고 복용하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사약을 만드는 그 유명한 부자(附子)가 이 투구꽃과 형제 식물이라는 점만 봐도 투구꽃의 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다. 한때는 이 식물에서 독을 뽑아내 화살촉이나 창끝에 발라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독성을 없애려고 입이 마비되는 느낌이 없어질 때까지 소금물에 반복해서 우려내거나 증기로 찐다고 한다.
투구꽃은 약용으로뿐 아니라 관상용으로도 훌륭한 꽃이다. 정원에 심어보는 것도 시도해볼만하다. 꽃 모양과 늘어지는 줄기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독특해 꽃꽂이 소재로도 개발 가능성이 있다. 화단에 심을 때는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보다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 밑에 퍼져 자라도록 심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