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 임상시험센터 연구원들이 환자의 지방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무릎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무릎 연골세포로 분화, 재생시킴으로써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연골 재생뿐 아니라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생리활성물질이 관절 내부 염증 반응을 조절해 통증, 부종 등 증상을 완화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 골수보다 연골 재생 줄기세포 1만 배 더 많이 추출
8월 신축 이전할 연세사랑병원 전경(왼쪽)과 혁신적 재생의료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 [연세사랑병원 제공, 홍중식 기자]
연세사랑병원이 다른 줄기세포보다 자가지방을 줄기세포 치료에 적용하는 까닭은 골수나 제대혈과 달리 자가지방에는 전체 세포수의 7~10% 정도 중간엽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존재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골수의 경우 10만 개당 1개 정도 중간엽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그 수가 감소하는 반면, 자가지방 줄기세포는 10개당 1개 정도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데다 나이가 들어도 채취 가능한 수가 변하지 않는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실제 자가지방의 경우 150㎖를 뽑으면 약 1억 개의 세포 추출이 가능한데, 거기에서 다시 700만~1000만 개 정도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해낼 수 있다”며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수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보니 환자의 연골 결손이 심하지 않은 경우 따로 줄기세포를 배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임상 환자 85%가 통증 완화, 관절 기능 향상 경험
중간엽 줄기세포 추출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오른쪽은 추출된 자가지방 줄기세포의 추출액(위)과 현미경 사진. [홍중식 기자. 연세사랑병원 제공]
연세사랑병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탄력을 받게 된 시기는 2011년 ‘자가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최종 심의를 통과한 이후다. 실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에서 연골 재생 성공률은 70~80%이며,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면서 아물 때 주변 연골과 유합 정도는 76~80%로 밝혀졌다. 연세사랑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임상 결과와 환자 사례에 따르면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85%가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향상을 경험했다.
골수에 비해 줄기세포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으면서도 추출 과정 또한 간단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장점은 연세사랑병원의 각종 논문에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28편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중 24편이 ‘The Knee’ ‘AJSM’ ‘BBRC’ ‘Arthroscopy’ 등 SCI(E)급 저널에 등재됐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성과를 담은 논문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정형외과 분야 논문 중 3번째로 많이 인용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후 2년이 지난 환자의 MRI(자기공명영상)를 확인한 결과, 연골이 회복되고 관절염 증상 역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의 결실일까. 연세사랑병원은 2019년 국제연골학회(ICRS) 초청을 받아 자가지방 줄기세포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무릎뿐 아니라 어깨, 발목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논문으로 증명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회전근개봉합술과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했을 때 1년 후 환자의 봉합 치유율은 85%였고 재파열률은 8%에 그쳤다. 봉합술만 했을 때의 70% 수준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했을 때 봉합 치유율이 15%가량 상승한 셈. 발목 관절 내 연골 손상 환자 65명 중 34명에게는 미세천공술만 하고, 31명에게는 미세천공술 후 줄기세포를 추가로 주입한 연구에서도 줄기세포 추가 주입군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증 지수와 관절 기능 지수가 모두 좋아진 것이다.
시술 간단… 무릎 외 어깨, 발목 등에도 적용 가능
한편, 연세사랑병원은 2014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자가지방 줄기세포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요청했지만 “안정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에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연세사랑병원 관계자는 “석연치 못한 이유로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탈락했으나 올해 재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신의료기술로 고시되지 않아도 시술과 시술비 청구에 법상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우리 병원은 줄기세포 채취와 이에 따른 검사 및 행위료 등 일체의 시술비를 청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일찍이 무릎 관절염 치료에 줄기세포 등 재생의료를 도입한 이유는 고령이나 다른 합병증 등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연골 재생을 통해 자기 관절을 보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임상 사례로 본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사라진 연골이 다시 자라났어요! ”
연세사랑병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는 환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85%가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후 “통증이 줄고 관절 기능이 향상됐다”며 효과를 인정한 것.실제 2018년 다리가 O자로 휠 만큼 퇴행성관절염이 심했던 64세 여성 환자의 경우 무릎뼈 교정 수술과 함께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결과 O자 다리가 바로 펴진 것은 물론, 1년 후 손상됐던 연골이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부터)62세 여성 환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 전후 연골 모습. 47세 남성 환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 전후 엑스레이 사진 모습. 29세 남성 환자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 전후 연골 모습. [연세사랑병원 제공]
다른 줄기세포 치료술도 마찬가지이지만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도 나이가 젊을수록 줄기세포 치료술의 효과는 더 좋아진다. 47세 이른 나이에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아야 했던 남성 환자의 경우 2018년 치환술 대신 자신의 지방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결과 2년 만에 확연히 알아볼 정도로 연골이 재생됐다. 해당 환자의 2018년 엑스레이와 2020년 엑스레이를 비교해보면 치료 전 붙어 있던 뼈 사이 간격이 치료 후엔 비교적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시술 전후 엑스레이 사진 참조).
20대 초반부터 발목 관절염으로 연골이 거의 없어진 29세 남성도 관절내시경으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1년 후 상태가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시술 전후 관절경 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