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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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료원, 국내 최초 전립선암 중입자치료 시작했다

[건강기상청: 첨단의학의 현장]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23-05-02 1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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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8일 60대 비(非)전이 전립선암 2기 환자 중입자치료

    • 금웅섭 교수 “다른 암, 소수 전이암 환자로 치료 확대할 것”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로 국내 첫 치료를 받는 전립선암 2기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 중이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로 국내 첫 치료를 받는 전립선암 2기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 중이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현시대 가장 진보한 최첨단 암 치료술로 알려진 중입자치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연세대의료원(의료원장 윤동섭)은 “4월 28일 60대 비(非)전이 전립선암 2기 환자가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로 국내 첫 중입자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첫 중입자치료와 관련해 연세대의료원 연세암병원 측은 “첫 중입자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립선 피막 안쪽에 1.2㎝ 크기 종양이 있었지만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중입자 조사(照射)는 단 몇 분 만에 끝났으며 전체 치료 과정을 합쳐도 30분이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3주간 12회에 걸쳐 치료를 받게 되는데, 치료 후에는 운동이나 여행 등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치료 정밀성·효과 극대화, 부작용 최소화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에 설치된 중입자 가속기. 광속의 70%까지 중입자를 가속해 중입자치료기에 공급한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에 설치된 중입자 가속기. 광속의 70%까지 중입자를 가속해 중입자치료기에 공급한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연세대의료원은 지난해 말 총 3000억여 원 비용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7층, 연면적 약 3만3000㎡ 규모 부지에 외래진료·검사·중입자치료 시설을 갖춘 중입자치료센터를 완공했다. 중입자치료는 암세포에만 중입자(重粒子·탄소이온) 에너지빔을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어 기존 방사선치료와 비교해 주변 정상조직 손상은 훨씬 적은 반면, 생물학적 살상능력은 2~3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 횟수, 시간, 부작용은 크게 줄어든 대신 치료의 정밀함과 효과는 극대화된 것이다.

    중입자치료센터에 있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은 탄소원자를 광속의 70% 속도로 가속해 강력한 에너지빔을 중입자치료기로 보내는데, 가속된 중입자는 인체 내 암 부위에 도달하기 전에는 20~30% 방사선량만 전달하고 암 부위에 이르러서는 80~100%에 가까운 방사선량을 전달함으로써 정상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암세포에 대한 살상능력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더욱이 중입자는 암세포를 타격한 후 에너지가 사라져 후면 정상조직의 경우 피해가 거의 없다. 이러한 중입자의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반대로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80~100%에 가까운 방사선량을 정상조직에 전달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암세포 뒤에 있는 정상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중입자는 기존 치료보다 암세포 파괴에 대한 정확성과 파괴력은 크게 늘리면서도 다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을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됐다. 치료 횟수와 기간도 많이 짧아져 투병생활 전반에 대한 환자의 만족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 등 총 3대다. 치료기 도입 자체로만 보면 세계에서 16번째 도입이고, 국가별로는 7번째지만 1개 의료원이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를 가진 곳은 연세대의료원이 세계 최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으로 일본이 2곳, 독일이 1곳이지만 회전형은 1대씩밖에 없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해 중입자를 어느 방향에서든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집중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은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호흡 동조 치료란 중입자 조사 시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회전형 치료기는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치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그만큼 회전통을 빨리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료원 회전형치료기의 크기는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병원) 치료기의 60% 정도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저산소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고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홍중식 기자]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홍중식 기자]

    “임상 경험 쌓이면 전이 전립선암 치료도”

    중입자치료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중입자치료센터 설립의 산증인인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금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일본 QST병원(옛 NIRS) 중입자치료센터에 연수를 다녀온 중입자치료 전문가로 비뇨기암, 소화기암, 피부암이 주요 진료 분야다. 금 교수는 중입자치료센터의 곳곳을 안내하며 “중입자치료는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 교수는 “희귀암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1994년 일본이 가장 빠르게 첫 환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어 독일도 독자적인 중입자치료 기술로 2009년부터 중입자치료에 나섰다. 이후 일본과 독일 기술을 이용한 중입자치료센터를 다른 국가들이 갖추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2012), 중국(2014), 오스트리아(2019), 대만(2022)에 이어 우리가 일본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미국은 2026년부터 메이요클리닉에서 중입자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특히 중입자치료가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중입자치료를 지원한다. 일본에서만 7개 기관이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 중 5곳이 국공립의료기관이다. 중입자치료기 제조회사 뿐 아니라, 운영회사도 있어 중입자치료에 대한 기반 기술과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일본 중입자치료 병원에서 2년간 연수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에서 많은 과학자와 임상 의사를 만났고 그들이 하는 연구와 치료 과정을 지켜봤다. 우리는 왜 이런 원천기술을 가지지 못했는지 부끄러웠다. 치료에 참여하면서 한국 환자들을 만났는데 그때마다 한국에 돌아가 우리 환자들이 일본까지 오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중입자치료의 주요 성과라면.

    “중입자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이 기존 치료법으로 할 때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재발 고위험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중입자치료가 다른 치료보다 좀 더 성적이 좋다.”

    일본은 다양한 전이 암에도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은 전이 암이 대상은 아니지만 치료 리소스와 환자 풀이 차고 프로토콜이 만들어지면 시작할 생각이다. 내년 하반기쯤 되면 전이 전립선암에도 적용되고, 대상 암 종류도 확대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전이 암이 대상이 될까.

    “소수 전이, 즉 전이 병변 개수가 적은 경우는 완치를 목표로 중입자치료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입자치료 대상을 확대해가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갠트리)는 언제쯤 치료를 시작하나.

    “갠트리는 설치 후에도 정확한 치료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체크해야 할 게 많다. 그 과정이 끝나면 전립선암 외 암종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첫 번째 갠트리는 올 연말에, 두 번째 갠트리는 내년 여름쯤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갠트리)의 회전통.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 빔을 환자에게 조사할 수 있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갠트리)의 회전통.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 빔을 환자에게 조사할 수 있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올 연말 갠트리 가동, 다른 암종 치료 시작”

    고정형 중입자치료기의 첫 치료 대상이 전립선암 환자였다. 물리적 이점이 있나.

    “고정형 치료기는 환자 기준으로 좌측, 우측 방향에서 중입자치료 조사가 가능하다. 전립선은 몸 중앙에 위치하고 뒤에는 직장이 있다. 양쪽 측면에서 중입자를 조사하면 직장을 피하고 전립선에만 치료를 집중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총 1만580명의 암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는데 그중 전립선암 환자가 24.7%를 차지했고 그다음이 뼈암(11.5%). 두경부암(9.6%), 폐암(9.2%) 순이었다.

    현재 중입자치료 대상 환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암 종류마다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 기준은 전이가 없고 암이 덩어리로 있는 경우다. 중입자치료 대상 판단은 최종적으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한다.”

    중입자치료 비용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되나.

    “환자마다 상황이 다 달라서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최소 5000만 원이라는 언론 보도가 잘못된 건 아니다.”

    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가장 먼저 선보인 의료기관 담당 의사로서 사회적책임을 다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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