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과 사업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임창정
라 대표는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주식, 선물, 옵션 증권방송 경력 10년’ 이력과 ‘투자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자격증 보유’ 등을 내세웠다. 2018년 2월 한 증권사의 초청으로 ‘채권보다 안전한 주식 찾기 가치주 발굴법’ ‘미국 경제정책에 따른 해외선물 투자기법’ 등을 주제로 투자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투자 설명회로 얼굴을 알린 라 대표는 동시에 투자자문·경영컨설팅 업체, 콘텐츠 제작사 등을 설립해 대표직을 맡았다가 다른 이에게 넘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 업체들이 주가조작 ‘작전’ 과정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라 대표 측에 거액을 투자하고 주가조작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표적인 연예인은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다. 임 씨는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의 지분 일부를 라 대표 측에 50억 원에 팔고 이 중 30억 원을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 측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주최한 이른바 ‘1조 달성 파티’와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투자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임 씨 측은 “모임 분위기를 위해 일부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했지만 투자를 부추긴 것은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임 씨는 라 대표와 사업상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사이로 보인다. 임 씨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기부등본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변 모 씨와 안 모 씨는 라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들이다. 변 씨는 라 대표가 설립한 투자자문사의 등기상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조작 과정을 총괄 관리하면서 의사들을 상대로 투자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프로골프선수 출신인 안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연예인, 재력가를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케이블방송사 대표이기도 하다. 피해자 측은 라 대표와 변 씨, 안 씨, 언론사 대표 조 모 씨, 또 다른 관계자 장 모 씨, 김 모 씨 등 6명을 이번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다만 라 대표는 자신의 골프 강사인 안 씨가 투자 피해자일 뿐이라고 해명하는 등 주가조작 일당으로 몰린 이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중견그룹 전현직 회장, 재벌가 인사 등 ‘큰손’
라 대표의 투자 인맥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큰손’들이다. 중견기업 전현직 회장들로, 라 대표 측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거나 주변에 투자를 권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은 이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학교법인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전 회장 측은 자신이 투자 피해자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권유로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아난티그룹 측은 이 회장의 투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개인 이슈로, 아난티와는 일절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 휴온스그룹의 윤성태 회장도 라 대표와 관련 있는 고액 투자자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윤 회장이 투자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라 대표 측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 광고비로 대신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윤 회장 측은 “주변 추천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한 건 맞지만 몇 달 만에 회수했고, 광고 집행도 수익에 대한 수수료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재벌가 인사가 라 대표와 함께 투자에 나선 정황도 불거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라 대표와 손잡고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회사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라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조성한 펀드는 2021년 해당 바이오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가 기업 창업자 측의 경영권 방어에 가로막혀 최대주주 자리를 다시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환 전 대표와 함께 투자한 건 맞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 측 지분을 정리했고 현재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게 라 대표의 입장이다. CJ그룹 측은 “이 전 대표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개인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사적 인연, 비즈니스 관계 등으로 얽힌 인사들에 대해 “그들도 피해자”라고 변호하고 있는 라 대표. 그는 유달리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 대해선 “김 회장이 나를 죽였다”면서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팔아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행위”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상위 0.1% 부자들이 상장 주식 주가를 떨어뜨리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낮아지니, 자식들에게 주려고 주가를 눌러놓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4월 20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해 605억4300만 원을 현금화했다.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전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서울가스 주식 매도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김영민 회장은 4월 17일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를 팔아 약 457억 원을 확보했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인사들 “나도 피해자”
김익래 회장의 주식 매도 시점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은 “우연의 일치”라면서 라 대표 측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 측은 5월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전까지 김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전혀 일면식이 없다”고 말한다. 라 대표와 김 회장이 서로 알지도 못한다는 다우키움그룹 측 설명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다만 라 대표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을 때 오너 측과 협상해 투자금 수백억 원을 회수하는 구상을 주변에 내비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이번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하나같이 “나도 피해자”라고 말한다. 라 대표 측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은 투자 모집 단계부터 불법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레버리지 거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투자금을 잃었다 해도 시세조종 행위에 고의적으로 동참했거나 타인에게 투자를 권유해 피해를 끼쳤다면 주가조작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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