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지난해 8월 자사 인공지능(AI) 알렉사(사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AI 언어 모델 ‘알렉사TM(Teacher Models)’을 공개했다. [아마존 제공]
AI 비서 서비스 시장은 2014년 출시된 알렉사를 필두로 한국에선 SK텔레콤이 2016년 ‘누구’를 출시해 물꼬를 텄다. 2018년부터 스마트 스피커가 여럿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말고도 다양한 스피커로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음성으로 정보기술(IT)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AI 비서 서비스에 쏠린 관심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상당수 AI 비서 서비스의 단점은 ‘말귀’가 어둡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호출하지 않았음에도 한밤중에 혼자 오작동하거나, 음성을 인식하고도 엉뚱한 답변을 하기 일쑤였다. 사용자 대부분이 AI 비서를 날씨 정보를 파악하거나 음악 감상, 혹은 시계 알람 정도로 쓰는 데 그치는 이유다. 유용한 정보를 찾거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서’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말귀’ 어두운 기존 AI 비서 한계
미국 스타트업 고릴라테크놀로지의 대화 애플리케이션(앱) ‘슈퍼챗’. 역사 속 인물, 가상 캐릭터의 페르소나와 대화할 수 있다. [고릴라테크놀로지 제공]
전 세계를 강타한 챗GPT 기술은 특히 AI 비서, 스마트 스피커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가령 AI 스타트업 시그니피컨트 그라비타스가 GPT-4를 적용해 개발한 ‘오토GPT’라는 서비스를 살펴보자. 오토GPT는 사용자가 AI에 일정한 과업을 부여하면 AI가 알아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즉 챗GPT는 인간의 명령과 질문에 수동적으로 응답할 뿐이지만, 오토GPT는 첫 지시만 내리면 AI 스스로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팔로어 100만 명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오토GPT가 알아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하는 식이다. 이 같은 AI 모델을 스마트 스피커에 적용하면 다양한 가전제품과 연동해 실질적인 ‘스마트 홈’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음성 제어 홈 자동화 시스템 개발사 조쉬AI는 최근 챗GPT API(응용프로그램 인터스페이스)를 자사 스마트 스피커에 적용한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잘못된 명령을 내리거나 문맥상 말이 안 되는 질문을 해도 스마트 스피커가 전후 사정을 고려해 알아서 이해하고 답을 해준다. AI 비서에 연동된 주변 가전제품을 맥락에 맞게 작동시킬 수도 있다. 가령 사용자가 “오늘 하루 정말 피곤했네.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뭘까”라고 말하면 챗GPT가 적용된 스마트 스피커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시나 유튜브의 명상 콘텐츠를 찾아줄 뿐 아니라, 주변 조명을 어둡게 조절해준다.
AR+AI 안경으로 주변 정보 텍스트로 전환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개발한 증강현실(AR) 안경 ‘리즈(Rizz)GPT’도 눈길을 끈다. GPT-4를 안경과 결합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유용한 정보를 텍스트로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AR 안경이 연결된 덕에 사용자와 주변 사람의 대화 음성,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가 텍스트로 변환돼 챗GPT로 전송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더 원활한 대화에 필요한 제반 지식을 AI가 안경 위에 띄워주는 것이다.이처럼 챗GPT는 웹뿐 아니라 다양한 IT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AGI) 서비스의 바탕이 되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 덕분이다. 당장 스마트 스피커와 AI 비서, 다양한 사물인터넷(IoT)과 연동해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술이 로봇에 본격적으로 탑재되면 디지털 공간 밖에서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챗GPT를 품은 AI 비서가 인간의 일상생활 편의와 효율적인 업무를 도울 진짜 ‘비서’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