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WISH가 첫 미니앨범 ‘Steady’를 내놓았다. [NCT WISH 공식 X(옛 트위터)]](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08/78/2f/6708782f13b1d2738276.jpg)
NCT WISH가 첫 미니앨범 ‘Steady’를 내놓았다. [NCT WISH 공식 X(옛 트위터)]
흥미롭고 귀여운 호러 기호
K팝과 호러의 관계 면에서도 이 작품은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K팝에서 호러 기호는 아주 극단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나 한정적으로 쓰이곤 했는데, 점차 ‘별난 사랑스러움’의 표현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데뷔 초기부터 기괴한 시각요소들을 적극 활용한 레드벨벳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모두가 ‘별날’ 수는 없기에 이를 참조한 사례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 뉴진스의 ‘Ditto’와 ‘OMG’는 호러 영화의 기호를 끌어들여 모호하고 아련하며 로맨틱한 세계를 구축한 전범을 제시했다. ‘Steady’는 이를 이어받아 유령에게 상당한 귀여움을 성공적으로 부여하고 멤버들과 노래의 서사를 사랑스럽게 감싼다. 그래서 이 공간은 분명 부조리하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그러나 역시 환상인 그런 묘한 달콤함을 제공한다.
UK 개라지(UK Garage)에 기반한 비트는 날렵한 속도감을 잘 발휘한다. 장르적 전통 위에서 악기와 음향 사이에 걸친 다양한 디테일 사운드가 여기저기에 덧대어 있는데, 그 양상은 마치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존재의 표현처럼 들린다. 후렴 보컬 모티프는 단음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정신없이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한결같으려(Steady) 하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코드에서는 잘 어울리는 음이 다른 코드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단음 위주의 멜로디는 종종 화성 진행과 충돌하곤 한다. 보컬의 머무름이 맥락의 변화와 함께 매혹적인 화성적 텐션을 일으키는 것은 작곡가 켄지(KENZIE)의 장기이기도 하다.
노래가 말하는 ‘이대로만 가자’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세계와의 마찰을 전제한다. 인간도, 관계도 환경 변화와 무관할 수 없고, 어느 순간에는 적확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어긋남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은 화성을 통해 그것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설득하려는 것 같다. 이 역시도 유령의 모습처럼, 환상과 현실 사이에 걸쳐지는 로맨틱한 주장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