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정부가 최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10월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를 면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 동물 진료비에 붙는 부가세(10%)를 없애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합니다. 부가세 면세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앞으로 우리 강아지 진료비가 10%는 싸지겠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반려동물 진료비는 10%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런지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며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도입 후 많은 부분이 수정되면서 그 내용이 아주 복잡해졌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며 면세 범위에 예외가 많아진 거죠. 현재 시각·청각장애인 보조견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양육하는 반려동물의 진료비에는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일반 반려동물도 예방 목적의 진료, 중성화수술 등은 부가세가 면세됩니다(상세 내용 참조). 따라서 10월 이후에도 예방접종 등 상당수 진료비는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이미 부가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100여 개 다빈도 질병’이라는 면세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정부는 2021년부터 ‘동물 진료 표준화’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 진료의 기준이 되는 표준안을 개발하는 것으로, 지난해 10개 항목(외이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슬개골내측탈구, 유루증, 중성화수술, 위장관 출혈, 심인성폐수종, 빈혈, 예방접종)의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2024년까지 100개 항목에 대한 진료 표준안을 만든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이번 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범위도 바로 이 100개 항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표준안을 개발할 100개 항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10월부터 동물 진료비 부가세를 면세한다고 공언했으나 그 진료 항목이 무엇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입 때처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단 시행하고 나서 수습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0여 개 다빈도 진료 항목이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진료의 80%를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80%라는 숫자의 근거가 무엇인지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기획재정부 추정이 맞다 하더라도 문제가 아닌 건 아닙니다. 현재 동물 진료비는 평균 60~70%가 과세 항목입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다시 그중 80%만 면세되는 거죠. 결국 10월부터 동물 진료비가 면세된다 해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체감하는 진료비 부담 완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물 진료비에 붙는 부가세(10%)를 없애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GettyImages]
2011년 도입 이후 면세 범위 복잡해져
동물 진료비 부가세는 2011년 세수 확보를 위해 신설됐습니다. 당시 “동물은 생명인데 물건을 살 때 내는 부가세를 부과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컸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많았습니다. 대한수의사회장을 비롯한 각 지역 수의사회장이 부가세 도입에 반대하며 삭발 시위에 나섰고, 기획재정부를 항의 방문해 국회의원 94명과 국민 12만 명의 서명을 받은 부가세 부과 철회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가세 도입을 막지 못했습니다.더 큰 문제는 도입 후 많은 부분이 수정되면서 그 내용이 아주 복잡해졌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며 면세 범위에 예외가 많아진 거죠. 현재 시각·청각장애인 보조견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양육하는 반려동물의 진료비에는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일반 반려동물도 예방 목적의 진료, 중성화수술 등은 부가세가 면세됩니다(상세 내용 참조). 따라서 10월 이후에도 예방접종 등 상당수 진료비는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이미 부가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으니까요.
60~70% 과세 항목 중 다시 80%만?
동물 진료비 부가세 구조가 얼마나 복잡한지 혈액검사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예방 목적의 진료를 위한 혈액검사는 부가세가 면세됩니다. 하지만 다른 치료에 앞서 실시하는 혈액검사에는 부가세가 부과됩니다. 똑같은 검사라고 해도 말이죠. 복잡하지 않나요?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들도 부과세를 부과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헷갈려 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모든 동물 진료비의 부가세 면세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외이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무릎뼈안쪽탈구(슬개골내측탈구) 등 ‘100여 개 다빈도 질병’에 대해 부과세를 면세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계획입니다. 지금도 복잡한데, 앞으로 더 구조가 복잡해지는 거죠.그렇다면 ‘100여 개 다빈도 질병’이라는 면세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정부는 2021년부터 ‘동물 진료 표준화’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 진료의 기준이 되는 표준안을 개발하는 것으로, 지난해 10개 항목(외이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슬개골내측탈구, 유루증, 중성화수술, 위장관 출혈, 심인성폐수종, 빈혈, 예방접종)의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2024년까지 100개 항목에 대한 진료 표준안을 만든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이번 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범위도 바로 이 100개 항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표준안을 개발할 100개 항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10월부터 동물 진료비 부가세를 면세한다고 공언했으나 그 진료 항목이 무엇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입 때처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단 시행하고 나서 수습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0여 개 다빈도 진료 항목이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진료의 80%를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80%라는 숫자의 근거가 무엇인지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기획재정부 추정이 맞다 하더라도 문제가 아닌 건 아닙니다. 현재 동물 진료비는 평균 60~70%가 과세 항목입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다시 그중 80%만 면세되는 거죠. 결국 10월부터 동물 진료비가 면세된다 해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체감하는 진료비 부담 완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