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가운데)이 3월 27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토리컴 황산니켈공장 준공식’에서 명노현 LS 부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도석구 LS MnM 부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임직원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LS그룹 제공]
“전구체 연간 12만t 생산할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그룹 8개 상장사(‘LS마린솔루션’으로 사명 변경 후 편입 예정인 KT서브마린 포함)의 시가총액은 8월 2일 기준 9조660억 원으로, 7월 3일(6조7471억 원) 대비 34.3% 급등했다. 같은 시기 계열사 중 LS네트웍스 주가 상승률이 170%로 가장 높았다. 지주사인 LS(25.9%)와 LS일렉트릭(39.2%) 주가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LG 가문에 뿌리를 둬 GS·LX와 함께 ‘범LG’가로 분류되는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분사했으며 자산 총액 기준으로 국내 16위다. 사촌 경영을 하는 대표적인 그룹사로,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1세대 구태회·평회·두회 일가가 전력 및 기계·금속 분야 사업을 주력으로 해 키워냈다. 9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사촌 동생인 구자은 회장에게 지난해 총수 자리를 넘기면서 ‘구자은 체제’가 본격화됐고, 현재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계열사 59개를 보유하고 있다.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서 LS그룹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LS그룹은 8월 2일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1조8400억 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 생산시설을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와 ‘2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해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알린 것이다. 올해 안에 33만8000㎡ 규모의 새만금국가산업단지 5공구에 공장을 착공해 직원 1450명가량을 신규 채용하고, 2028년까지 1단계로 전구체, 2단계로 황산메탈 생산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단계적 증설로 전구체 12만t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2단계 투자는 LS그룹의 동제련회사 LS MnM(옛 LS니꼬동제련)이 주도하는데, 같은 날 엘앤에프 측과 전구체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식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2차전지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비철금속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진 LS는 양극재 선도회사 엘앤에프와 함께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해 한국 2차전지 산업의 미래 성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LS그룹은 음극재, 동박 등 국내 2차전지 핵심 소재 분야의 원조격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LS그룹 계열사가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포스코켐텍이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65억 원에 인수한 게 포스코그룹 2차전지 사업의 시작이었다. SKC의 2차전지용 동박 사업 업체 SK넥실리스도 LS엠트론 동박사업부가 전신이다.
“투자자들, LS-포스코그룹 공통점에 주목”
향후 LS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계열사 LS MnM이 황산니켈을 LS-엘앤에프의 전구체 합작법인에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LS MnM의 출자사 토리컴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은 연 5000t 규모로, 3월 충남 아산시에 공장을 준공했다. LS MnM 관계자는 “현재 황산니켈을 시생산하고 있으며, 고객사인 전구체 생산업체의 인증을 거쳐 연내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최근 LS그룹주의 상승세에 대해 증권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LS그룹주를 포스코그룹주와 비슷한 종목으로 인식해 대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두 그룹 종목의 공통점은 크게 3가지다. △투자 규모 및 집중도의 차이는 있지만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포스코그룹은 철강, LS그룹은 금속·전력설비·전선 등)가 충실한 데 비해 △기존 주가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한편 두 그룹 모두 지주사 주가가 순항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포스코홀딩스와 LS는 2차전지 등 미래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특히 LS그룹의 경우 알짜배기 계열사 상당수가 비상장기업이라서 지주사 투자에 메리트가 있다. 그룹 차원의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핵심인 LS MnM도 비상장사다.
상당수 투자자가 2차전지 테마주로 간주하는 LS일렉트릭은 어떨까. LS일렉트릭은 2차전지 소재 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미국이 2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일) 수혜주로 꼽힌다. LS일렉트릭은 SK온과 포드가 미국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건립하는 미국 합작공장에 배전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배전시스템 구축 및 관리 솔루션도 맡았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LS일렉트릭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한 1조2018억 원, 영업이익은 74.6% 늘어난 104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프로스펙스’ LS네트웍스가 2차전지 테마주?
다만 일각에서는 LS그룹주의 과열을 우려한다. 최근 그룹 계열사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LS네트웍스가 대표적 사례다(그래프2 참조). 이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프로스펙스’ 같은 신발·의류 브랜드와 유통업 등에서 나온다. “LS네트웍스가 LS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2차전지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는 이유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LS그룹은 최근 박차를 가하는 2차전지 사업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온 전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도 “2차전지 소재 사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일부 계열사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 대해선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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