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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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헌책방지기가 전하는 감동의 인생 스토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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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1-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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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프시케의숲 /320쪽/ 1만5000원

    “책은 작가가 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만의 사연을 덧입혀 세상에 하나뿐인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23쪽) 

    신기한 책방지기가 있다. 10년 넘게 헌책방을 꾸려온 저자는 책과 삶이 얽힌 이야기를 수집해왔다. 손님에게 추억이 깃든 책을 찾아주고, 사례비 대신 그 책에 얽힌 사연을 받는다. 저자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기록한 진한 삶의 이야기 수십 편 중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이야기 스물아홉 편을 책으로 엮었다. 책은 사랑, 가족, 기담, 인생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과외공부를 가르친 첫사랑 소녀를 추억하며 감정의 울림을 줬던 책을 찾는 중년 남성, 부모의 이혼 계획을 들은 날 접했던 책 속 글귀로 마음을 풀었다는 이야기 등 ‘인생극장’ 같은 사연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사연마다 그 사연을 품은 책들의 표지 사진이 함께 담겨 있어 이채로움을 더한다. 1950~1970년대 출판된 희귀본 표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완의 고백’(덕수출판사·1959), ‘사랑과 인식의 출발’(창원사·1963), ‘비가 전하는 소식’(민음사·1975),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한길사·1978) 등을 보면 마치 실제로 헌책방에서 보물 같은 책을 찾은 느낌이 든다.

    디지털 시대, 종이책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곤 한다. 헌책은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자는 종이책이 지닌 마법 같은 힘을 믿는다. 손때 묻혀가며 읽은 책에는 그 시절 감성과 생각이 담겨 있다. 마치 오래된 벗처럼 위안을 주기도 한다. 삶의 이야기가 고인 낡은 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해야 할 시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고 마음도 뒤숭숭한 요즘이다. 이 책을 읽은 뒤 자신만의 사연이 담긴 책 한 권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책과 함께 추억 여행을 하다 보면 고단한 인생이 보석처럼 빛날 수도 있을 테니까!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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