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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은 왕위에 등극한 지 1년 된, 불안하고 위태하기만 한 집권 초기 정조가 반대파 노론의 반정 및 암살 음모에 처한 긴박했던 24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 담긴 시간은 단 하루지만, 정조와 그를 없애려는 노론 벽파의 권력투쟁을 축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의 드라마가 그려진다. 집권 1년 차 정조는 궁궐에서 고립무원이다. ‘할마마마’ 정순왕후(한지민 분)가 군왕인 손자를 고꾸라뜨리려고 시도 때도 없이 이와 발톱을 드러내고, 정순왕후를 등에 업은 노론 벽파가 경제권과 군권을 모두 장악한 채 왕위마저 찬탈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조 편엔 단 두 명, 왕의 서가를 담당하는 내시 상책(정재영 분)과 호위부대 금위영의 대장 홍국영(박성웅 분)뿐이다. 정순왕후와 노론 세력이 반정과 암살 음모를 꾸미는 동안, 정조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상책이 괴이하고 수상한 행동으로 홍국영의 감시에 걸려든다. 정조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면초가 처지가 된다. 정순왕후는 노골적으로 정조에게 경고를 보내고, 노론은 인간병기를 ‘사육’하는 비밀조직의 하수 광백(조재현 분)을 통해 왕의 목을 칠 자(조정석 분)를 골라내 은밀한 임무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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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은 시작하자마자 현빈의 잘 발달한 등과 어깨선, 근육을 탐하듯 담아낸다. 구중궁궐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왕의 침실에서 상의를 벗고 땀 흘리며 팔굽혀펴기를 하는 왕. 곤룡포 속에 선명하게 분할된 복근을 감춘 청년 군주. 그리하여 다난하고 복잡한 인물관계도가 빚어내는 드라마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가졌으며,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을 넘어 용의주도한 전략과 지성, 그리고 누구라도 벨 수 있는 전투 능력을 소유한 인물, 현빈의 정조를 완성하는 데 온전히 바쳐진다. 현실에 없어 더욱 간절한, 지혜롭고 헌신적이며 정의로운 영웅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