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시간여행을 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중 플롯으로 다룬다. 지수와 명운, 현실은 각자 상황에서 불행한 사건을 맞이한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밥 먹듯 하던 지수는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우유부단한 예스맨으로 살아온 명운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소매치기 현실은 1등 당첨 로또가 든 지갑을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경찰 추적을 피하다 로또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들은 버스에서 우연히 ‘타임슬립 워치’ 판매상을 만난다. 판매상은 말한다. “타임슬립 워치로는 각각 3번씩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각자 목적을 위해 시계를 쓰는 세 사람. 남자친구에게 미련이 남은 지수는 과거 그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사랑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명운은 꿈을 위해 독하고 냉정하게 변한다.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 쓰는 건 물론이다. 현실은 훔친 로또를 들고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미래로 도망친다.
시간여행물 대부분이 그렇듯 세상만사가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간다 해서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만회하고자 시간을 되돌리지만 그렇게 다시 찾은 시간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요즘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며 ‘선내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초기 대응을 좀 더 잘 했다면’이라고 생각한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야속하게 흐를 뿐이다. ‘타임슬립 워치’를 갖고 있던 세 사람의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까. 5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