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KT ENS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KT 측에 사건 조사 내용을 사전에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김모 부장이 당초 경찰에 자수했음에도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한 사건인 양 그를 ‘검거한’ 것으로 발표했다. 경기 과천경찰서가 김 부장의 자수를 받고도 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3월 20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서울청 경수대)가 밝힌 이 사기대출 사건의 주요 내용은 KT ENS 직원과 이 회사에 물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서로 짜고 허위대출 서류를 만들어 제1 금융권과 제2 금융권 등 16개 금융기관에서 463회에 걸쳐 총 1조8000억 원을 대출받은 것이다. KT ENS 김 부장은 대표이사 명의의 매출채권양도승낙서를 위조하는 등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4600만 원을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J업체 대표 전모 씨 등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은 김 부장과 협력업체 간부가 공모해 만든 허위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위 부정대출 혐의로 김 부장과 전 대표 등 총 16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자수’했는데 ‘검거’로 발표
4월 말 현재까지 2894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간동아’는 이 사건을 추적하던 중 몇 가지 중요한 의혹을 포착했다. 첫째, 경찰 발표 중 “KT ENS 김 부장을 검거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부장은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하루 전인 2월 5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기 죄를 시인했기 때문이다. 즉 경찰이 검거한 것이 아니라 김 부장이 자수했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상 ‘검거’라는 용어는 고발 또는 고소 등을 통해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피의자를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체포한 경우 쓰는 말로, 스스로 경찰관서를 찾아가 범죄를 시인하는 ‘자수’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검찰 구형과 법원 선고에서도 감형 사유가 되기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T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발표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기 하루 전날인 2월 5일 새벽 금감원으로부터 사기대출에 연루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후 내부 논의 끝에 김 부장이 자수하기로 결정 내렸고 자기 주소지인 과천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때 직원들도 함께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부장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준 금감원 직원이 누구인지, 왜 김 부장이 자수가 아닌 검거된 것으로 발표됐는지, 왜 과천경찰서가 수사하지 않고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이 금감원의 누군가로부터 조사 내용을 전해 들은 시점은 금감원의 사기대출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에게 돈을 빌려준 모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에 사용된 채권서류가 가짜’라는 통보를 받고 1월 초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보통 금감원은 사기대출 사건의 경우 형사적으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순리다. 만약 금감원 직원이 김 부장에게 조사 내용을 흘린 게 사실이라면 이는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적용되고 대출 사건 전체에 금감원 직원 중 공모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은 보도자료와 기자 브리핑 과정에서도 김 부장이 ‘자수했다’는 내용은 쓰지 않았고, 사건을 수사한 경위가 김 부장의 자수로부터 비롯했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또한 ‘김 부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연락받았다’는 내용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청 관계자는 “김 부장은 자수한 것이 맞지만 우리가 이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 수사했다고 딱히 밝힌 적은 없다. ‘자수’라고 밝히지 못한 것은 검거된 피의자가 너무 많아 따로 구분해 쓰지 않고 한 번에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확인 결과, 검찰 공소장에도 김 부장이 ‘자수했다’는 내용은 없었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변호사도 선임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3월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후 2주일이 지난 4월 3일 뒤늦게 금감원 전산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조사국 김모 팀장(직위 해제)의 e메일 송수신 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 팀장은 1월 금감원이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KT ENS 협력업체인 J업체의 전 대표 등에게 알려 그의 해외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팀장은 사기대출 주범들과 세 차례 회의를 했으며, 전씨는 KT ENS 김 부장이 자수하기 하루 전인 2월 4일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하지만 김 부장과 KT 측에 조사 내용을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주체 바뀐 것도 이해 어려워
2월 5일 오전 김 부장이 과천경찰서에 자수했음에도 사기대출 사건의 수사 주체가 서울청 경수대로 바뀐 대목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정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월 5일 경찰의 사건 접수 및 김 부장에 대한 신병인수 과정에서 3개 경찰관서가 사건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는 내부 정보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특히 과천경찰서는 김 부장이 자수했지만 인지사건으로 자신들이 수사하게 한 것처럼 해달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경찰) 내부에서 감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보고가 정보라인을 통해 상부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 경수대 관계자도 “우리는 민원실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았다. 그런 이야기(과천경찰서와 다른 경찰관서에서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는 내용)도 들은 것 같다. 그와 관련해 감찰을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과천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김 부장이 당일 아침 우리를 찾아온 건 맞다. 하지만 자수한 게 아니라 부정대출과 관련해 다른 사람을 고소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우리가) 고소장을 쓰라고 하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중에 전화를 걸어보니 서울청으로 가 있더라.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감찰도 진행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감찰실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감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3월 20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서울청 경수대)가 밝힌 이 사기대출 사건의 주요 내용은 KT ENS 직원과 이 회사에 물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서로 짜고 허위대출 서류를 만들어 제1 금융권과 제2 금융권 등 16개 금융기관에서 463회에 걸쳐 총 1조8000억 원을 대출받은 것이다. KT ENS 김 부장은 대표이사 명의의 매출채권양도승낙서를 위조하는 등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4600만 원을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J업체 대표 전모 씨 등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은 김 부장과 협력업체 간부가 공모해 만든 허위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위 부정대출 혐의로 김 부장과 전 대표 등 총 16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자수’했는데 ‘검거’로 발표
4월 말 현재까지 2894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간동아’는 이 사건을 추적하던 중 몇 가지 중요한 의혹을 포착했다. 첫째, 경찰 발표 중 “KT ENS 김 부장을 검거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부장은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하루 전인 2월 5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기 죄를 시인했기 때문이다. 즉 경찰이 검거한 것이 아니라 김 부장이 자수했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상 ‘검거’라는 용어는 고발 또는 고소 등을 통해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피의자를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체포한 경우 쓰는 말로, 스스로 경찰관서를 찾아가 범죄를 시인하는 ‘자수’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검찰 구형과 법원 선고에서도 감형 사유가 되기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T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발표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기 하루 전날인 2월 5일 새벽 금감원으로부터 사기대출에 연루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후 내부 논의 끝에 김 부장이 자수하기로 결정 내렸고 자기 주소지인 과천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때 직원들도 함께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부장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준 금감원 직원이 누구인지, 왜 김 부장이 자수가 아닌 검거된 것으로 발표됐는지, 왜 과천경찰서가 수사하지 않고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이 금감원의 누군가로부터 조사 내용을 전해 들은 시점은 금감원의 사기대출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에게 돈을 빌려준 모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에 사용된 채권서류가 가짜’라는 통보를 받고 1월 초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보통 금감원은 사기대출 사건의 경우 형사적으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순리다. 만약 금감원 직원이 김 부장에게 조사 내용을 흘린 게 사실이라면 이는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적용되고 대출 사건 전체에 금감원 직원 중 공모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4월 3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성운 경제범죄특별수사대 수사관이 KT ENS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은 3월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후 2주일이 지난 4월 3일 뒤늦게 금감원 전산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조사국 김모 팀장(직위 해제)의 e메일 송수신 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 팀장은 1월 금감원이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KT ENS 협력업체인 J업체의 전 대표 등에게 알려 그의 해외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팀장은 사기대출 주범들과 세 차례 회의를 했으며, 전씨는 KT ENS 김 부장이 자수하기 하루 전인 2월 4일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하지만 김 부장과 KT 측에 조사 내용을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주체 바뀐 것도 이해 어려워
2월 5일 오전 김 부장이 과천경찰서에 자수했음에도 사기대출 사건의 수사 주체가 서울청 경수대로 바뀐 대목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정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월 5일 경찰의 사건 접수 및 김 부장에 대한 신병인수 과정에서 3개 경찰관서가 사건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는 내부 정보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특히 과천경찰서는 김 부장이 자수했지만 인지사건으로 자신들이 수사하게 한 것처럼 해달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경찰) 내부에서 감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보고가 정보라인을 통해 상부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 경수대 관계자도 “우리는 민원실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았다. 그런 이야기(과천경찰서와 다른 경찰관서에서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는 내용)도 들은 것 같다. 그와 관련해 감찰을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과천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김 부장이 당일 아침 우리를 찾아온 건 맞다. 하지만 자수한 게 아니라 부정대출과 관련해 다른 사람을 고소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우리가) 고소장을 쓰라고 하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중에 전화를 걸어보니 서울청으로 가 있더라.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감찰도 진행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감찰실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감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