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 도노반, 무제(2009), 부분
콧대 높기로 유명한 작가 척 클로스마저 “혼성모방 일색인 현대미술에서 누구의 작품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작품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대담하게도 그런 일을 저지른 이가 있으니, 바로 타라 도노반이다”라고 했는데요, 대체 어떤 작품을 한 작가이기에 미술계 안팎에서 이런 갈채를 받는 것일까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1년 가까이 전시된 그의 설치조각 ‘무제’(Untitled, 2007)는 관객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어요. 보통 조각이 바닥에 설치되는 것과 달리 그의 작품은 250x300m가 넘는 전시장 벽에 마치 증식하는 미생물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확대해놓은 듯한 모습으로 붙어 있었죠. 전시장 인공조명을 받아 아른아른 빛나는 것이 얇디얇은 은색 마일라(Mylar) 테이프를 일일이 말아 옆으로 붙여놓은 것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관객의 입은 떡 벌어지고 맙니다. 뿐만 아닙니다. 천장 가득 설치된 엷은 구름 혹은 안개 낀 둑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200만개의 흰색 빨대를 붙여놓은 것이라는 사실, 거대한 설경을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이 실은 300만개의 스티로폼 컵을 쌓아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그의 작품이 단순히 재료의 의외성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합니다.
스티로폼 컵, 종이접시, 단추, 빨대, 이쑤시개, 스카치테이프 등 대량생산된 일회용품을 엄청난 양으로 쌓거나 이어붙인 작품은 원재료의 고유한 모양과 특징을 지니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풍경이나 생물체, 혹은 증식하는 세포를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내 작품은 자연의 형태를 닮았다기보다 자연의 생태를 닮았다고 하는 게 적절하다. 생물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개체를 번식시키듯,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회용품이 무한대로 증식하는 풍경이다”라고 말합니다.
생물의 성장과 번식이라는 자연법칙에 도전장을 내놓는 것이 고작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종이컵이라고 생각하면, 거대한 ‘소비주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돌연변이 풍경―절대로 쉽게 썩지 않을―에서 섬뜩한 공포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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