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LA 컨피덴셜’은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는, 그 이름과는 딴판인 추악한 음모와 타락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숱하게 재생산되는 도시의 이미지. 그 이미지들은 도시 그대로의 표현이며 도시는 영화의 일부다. 그러나 때로 이미지는 왜곡이라 할 만큼 일면적이고 극단화돼 그려진다. 홍콩이 바로 그렇다. 홍콩 영화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누아르물에서 묘사되는 홍콩이란 도시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영웅본색’ 등에서 주윤발 유덕화 등에 의해 수없이 만들어지고 복제되고 모방된 홍콩의 인상은 마치 이 도시에 직업이라고는 두 가지, 즉 갱 단원과 경찰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허구든 왜곡이든 우리는 ‘배트맨’을 보면서 뉴욕을 떠올리고, ‘영웅본색’을 보면서 주윤발이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던 홍콩의 밤거리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영화 ‘카사블랑카’를 봤다면 모로코라는 나라는 몰라도 카사블랑카라는 도시는 알 것이다.
그렇기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어느 여배우의 영예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한 작은 도시의 행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 평범한 도시가 어느 날 갑자기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밀양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시 차원에서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 가운데 보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들떠 있는 밀양시장과 주민들의 말에서 영화 ‘밀양’이 가져올 행운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밀양이 이 영화로 주목받게 된 것은 감독이 영화 배경으로 이 도시를 택한 이유를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하다. ‘비밀스런 햇볕(密陽·Secret Sunshine)’이라는 시적 의미를 가진 이름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도시인 데다, 실제 내 고향 가까이에 있고 지극히 평범한 도시라서 밀양을 선택했다”고 감독은 말했다. 영화 ‘밀양’처럼 실제 밀양이 축복 같은 햇볕을 잔뜩 받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