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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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BBK’ 구체적 관련 근거, 미흡한 해명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6-11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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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진실 공방이 뜨겁다. 8000억원대 차명재산 보유 의혹 및 이 전 시장과 투자운용회사 BBK의 관계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8000억원대 차명재산 보유 의혹은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입에서 시작됐고, 이 전 시장과 BBK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지난주 ‘주간동아’가 공개한 BBK 정관이 발단이 됐다. 두 사안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곽 의원이 주장한 8000억원대 차명재산 보유 의혹은 한나라당 대선주자 캠프 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싸움은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을 놓고 박 전 대표 측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불거졌다.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곽 의원 등을 지목하며 “다음 선거에서 출마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비방이 심하다”고 ‘도발’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협박인 셈 .

    이 전 시장의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여기에 “곽 의원이 기자들과 사석에서 이 전 시장이 수천억원대 재산을 차명으로 숨겨놨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곽 의원은 폭발하고 말았다. 이 전 시장의 차명재산 보유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에 이른 것.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 없이 떠도는 소문에 기초한 것이어서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BBK 관련 의혹은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영권 행사를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간 BBK 정관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이 정관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BBK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던 이 전 시장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 된다. 그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물론 이 전 시장 측은 정관이 허위이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 시장 측은 특히 전혀 다른 두 사안을 싸잡아 박 전 대표 측의 정치적 공세이자 네거티브라고 일축한다. 근거 없이 제기하는 의혹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은 미흡하다.

    6월7일 오전 9시30분 이 전 시장은 BBK 의혹과 관련해 해명에 나섰다. “BBK 주식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직간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골자다. BBK가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아 문을 닫은 2001년 4월 이후 이 전 시장이 줄곧 해오던 말이다. 그는 과연 지난 6년간 해오던 말을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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