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데라 2000
솔데라는 1972년 타벨넬레(Tavelnelle) 지구의 황량한 풀밭을 매입한 뒤 35년 만에 몬탈치노의 간판 양조장으로 변모시켰다. 카제 바세(Case Basse)라 불리는 양조장 전체 면적은 25ha지만 포도밭은 9ha 정도. 포도밭 전체가 숲이나 개울에 둘러싸여 있다. 지극히 자연에 가까운 포도밭이다.
“포도나무 버팀목 위에 있는 상자들은 뭔가요?”(조정용)
“아, 그거요? 새집이에요. 새들이 해충을 잡아먹게 하려고 수백 개의 새집을 설치했죠. 새가 많이 살아 대학 연구팀이 새의 생태를 연구하기도 합니다.”(솔데라)
투명한 붉은색 … 브루넬로 품종 중 최고가
카제 바세 양조장에선 포도밭에 새집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퇴비를 직접 만들고 장미를 곳곳에 재배하며 양봉도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식물 천지다. 꼭 원예전문가의 집 같다. 그의 딸 모니카의 안내를 받아 포도밭을 돌아보고 있는데, 모니카가 흙을 한줌 쥐어 보였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흙덩이를 세게 문지르니 금방 가늘게 말아진다.
“이곳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보통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며 수분도 잘 흡수하죠. 기후는 점점 더워지지만, 이런 토양 덕분에 매년 훌륭한 포도를 거둘 수 있습니다. 날이 가물 때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답니다.”
이런 토양은 태곳적 바다가 융기해 조성된 땅덩어리의 일부로,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솔데라의 자연친화적인 포도밭 관리는 양조장 운영 방침과도 맥을 같이한다. 현대적 스타일로 치닫는 많은 이웃들과 달리 솔데라는 프랑스 오크통인 바리크를 전혀 쓰지 않는다. 150헥토리터(1헥토리터는 100리터) 또는 75헥토리터 용량의 캐스크에서 와인을 묵힌다. 4년 후에는 일반 브루넬로로, 5년 뒤에는 리제르바로 탄생하며 9개월간 병에서 숙성한 뒤 출시된다.
시장에서 요즘 팔리는 빈티지는 2000이다. 습기가 많고 서늘하다 못해 추운 지하 셀러에서 통에 든 다섯 빈티지를 차례로 시음했다. 시음하는 동안 바롤로의 명품인 자코모 콘테르노의 몬포르티노(Monfortino)가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모니카에게 그 느낌을 얘기했더니 그 집안과 친하다며 반색했다.
솔데라는 백합이라는 뜻도 있는데, 와인 맛을 보면 그 뜻이 더 잘 통한다. 그 맛은 한마디로 순수하다. 백합처럼 순진무구함과 간결함이 넘친다. 거칠고 단단한 브루넬로 포도로 이처럼 깔끔하고 순수한 와인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포도가 완벽하게 익어야 하고, 그 포도의 타닌과 산도를 양조장에서 잘 다스려야 한다. 색은 투명한 붉은색이며 맑고 정결하다. 이런 수준의 와인은 몬탈치노에서 찾기 힘들다. 오직 자연에만 매달려야 이같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솔데라의 품질 수준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주인의 괴팍한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브루넬로 중에서 가장 비싼 탓이 아닐까? 솔데라는 당대 최고 평가를 받은 와인이다. 빈티지에 따라 비욘디 산티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하고, 뉴욕 경매장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솔데라의 양조장에 가면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흔히 시음 중 취하지 않으려고 뱉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선 와인이 상했을 때만 뱉는 것이 규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