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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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은 귀신도 돕는 사람!”

조훈현 9단(흑): 뤄시허 9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2-10-23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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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현은 귀신도 돕는 사람!”
    ”지옥이었어. 무조건 진 바둑이었는데…. 내 평생 이런 역전승은 처음이야.”

    사망선고를 받았던 바둑을 극적인 반집승으로 역전시키고 한국바둑을 용궁에서 탈출하게 한 조훈현 9단이 대국 후 털어놓은 말이다. 울산에서 벌어진 제7회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한국바둑은 중국의 ‘황사돌풍’에 질식사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영원한 주장’ 조훈현 9단의 투혼으로 가까스로 살아났다.

    8강전은 이미 6명을 대거 진출시킨 중국에 반해 한국은 조훈현 9단, 최명훈 8단 단 두 명만이 나서 벌인 수적 열세의 싸움. 게다가 첫날 기대했던 최명훈 8단이 왕 레이(王磊) 8단에 져 분루를 삼킴으로써 한국바둑은 조훈현 9단, 단 한 개의 화살만 남은 형국이었다.

    “뤄시허(羅洗河) 9단이 99가지의 이기는 코스를 놔두고 한 가지 지는 코스로 갔다”는 평대로 까지의 형세는 백이 승리를 코앞에 둔 국면. 그런데 이 대목에서 기적이 벌어졌다. 가만히 놔둬도 될 좌상귀의 패를 백이 먼저 1로 집어넣으며 건 것. 흑6의 팻감에 백7로 들을 들어냈으나 대신 흑8로 우상귀 쫔의 목숨이 패에 걸렸고, 결국 흑14까지 떨어짐으로써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조훈현은 귀신도 돕는 사람!”
    를 보자. 백은 1로 가만히 우상귀를 지켜두었으면 아무 탈이 없었다. 좌상귀는 흑이 살려면 A에 집어넣어 먼저 패를 걸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패를 이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또다시 흑B의 패를 이긴 뒤 C로 따낼 때 비로소 흑이 살 수 있다. 팻감이 없는 흑으로선 이 과정에서 자기 집(X)을 메우는 팻감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바둑을 뒤집었으니 “조훈현은 귀신도 돕는 사람”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303수 끝, 흑 반집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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