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있을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됐다. 러셀 크로가 남우주연상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윌 스미스나 덴젤 워싱턴이 63년 시드니 포에티에 이후 다시 흑인으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반지의 제왕’이 몇 개 부문을 수상할지 등이 화제의 관심사다.
‘아카데미 효과’ 때문일까. 극장가에도 유달리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러셀 크로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와 윌 스미스 주연의 ‘알리’는 이러한 ‘아카데미용 휴먼 드라마’의 대표격으로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내고 있다.
수상 가능성으로 본다면 여러모로 ‘뷰티풀 마인드’가 유력하지만, 개인적으론 ‘알리’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진지함, 천재의 외로운 영혼, 불굴의 정신으로 이루어낸 업적 등 너무나 ‘전형적인’ 아카데미상 스타일로 만들어진 ‘뷰티풀 마인드’가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존 내시라는 학자의 삶보다는 권투에는 문외한인 이들도 숱하게 들어봤을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에 더 친근감이 간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존 내시를 연기한 러셀 크로의 강박적인 연기보다는 ‘알리’로 분한 흑인배우 윌 스미스의 파워풀하고 현란한 권투연기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화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장밋빛 영웅담’에 그치기 쉽다는 것이다. 알려진 모습 이면에 숨겨진 ‘인간’을 끄집어내고 그 인물의 개인적·사회적 경험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도 ‘알리’는 함정을 벗어나는 데도 일단 성공했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알리는 영웅이라기보다 독단적이라 할 만큼 독특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삶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있어 마이클 만 감독은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그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 순간들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주인공에 대해 관객 스스로 태도를 정하도록 허락하는 보기 드문 전기영화” 라는 평을 실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흑인가수 샘 쿡의 블루스가 흐르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밤거리를 달리는 알리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대사 한마디 없이 10여분간 흐느끼는 리듬 속으로 카메라가 미끄러지면서 알리의 유년의 기억을 담아낸다. 이 도입부는 흑인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영화 전반의 느낌을 압축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스물두 살에 세계 챔피언이 된 알리가 베트남전 징집 거부로 부당하게 빼앗긴 타이틀을 다시 되찾기까지의 영화 속 10년은 미국의 베트남 참전, 대학 학생운동과 반전 캠페인, 흑인 인권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본격 전개, 비틀즈의 미국 평정, 말콤 X의 암살 등이 일어난 바로 그 시기였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조상이 물려준 노예의 이름을 거부한다”며 ‘캐시우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택한 것과 “먼 나라의 같은 유색인종에게 총을 쏠 수 없다”며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 것, “전쟁에 대한 비애국적 발언에 사과하라”는 언론과 법정의 요구에 “No”라고 답한 것,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에도 “종교를 사랑하지만 날 소유하진 못한다. 난 자유인이다”고 일갈했던 그의 모습에서 평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싸웠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고수한 알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생존 인물이지만 이젠 잊혀가는 권투선수 알리를 생생하고 친밀한 인물로 되살려낸 데는 윌 스미스의 역할이 컸다.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16kg이나 늘리고, 1년 넘게 모래자루를 차고 산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했다는 윌 스미스는 기존의 귀여운 ‘촐싹남’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실제 알리가 그랬을 것 같은 움직임과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대역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실제 프로 권투 선수들과 직접 대결한 시합장면은 권투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이다.
‘아카데미 효과’ 때문일까. 극장가에도 유달리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러셀 크로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와 윌 스미스 주연의 ‘알리’는 이러한 ‘아카데미용 휴먼 드라마’의 대표격으로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내고 있다.
수상 가능성으로 본다면 여러모로 ‘뷰티풀 마인드’가 유력하지만, 개인적으론 ‘알리’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진지함, 천재의 외로운 영혼, 불굴의 정신으로 이루어낸 업적 등 너무나 ‘전형적인’ 아카데미상 스타일로 만들어진 ‘뷰티풀 마인드’가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존 내시라는 학자의 삶보다는 권투에는 문외한인 이들도 숱하게 들어봤을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에 더 친근감이 간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존 내시를 연기한 러셀 크로의 강박적인 연기보다는 ‘알리’로 분한 흑인배우 윌 스미스의 파워풀하고 현란한 권투연기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화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장밋빛 영웅담’에 그치기 쉽다는 것이다. 알려진 모습 이면에 숨겨진 ‘인간’을 끄집어내고 그 인물의 개인적·사회적 경험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도 ‘알리’는 함정을 벗어나는 데도 일단 성공했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알리는 영웅이라기보다 독단적이라 할 만큼 독특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삶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있어 마이클 만 감독은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그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 순간들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주인공에 대해 관객 스스로 태도를 정하도록 허락하는 보기 드문 전기영화” 라는 평을 실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흑인가수 샘 쿡의 블루스가 흐르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밤거리를 달리는 알리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대사 한마디 없이 10여분간 흐느끼는 리듬 속으로 카메라가 미끄러지면서 알리의 유년의 기억을 담아낸다. 이 도입부는 흑인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영화 전반의 느낌을 압축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스물두 살에 세계 챔피언이 된 알리가 베트남전 징집 거부로 부당하게 빼앗긴 타이틀을 다시 되찾기까지의 영화 속 10년은 미국의 베트남 참전, 대학 학생운동과 반전 캠페인, 흑인 인권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본격 전개, 비틀즈의 미국 평정, 말콤 X의 암살 등이 일어난 바로 그 시기였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조상이 물려준 노예의 이름을 거부한다”며 ‘캐시우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택한 것과 “먼 나라의 같은 유색인종에게 총을 쏠 수 없다”며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 것, “전쟁에 대한 비애국적 발언에 사과하라”는 언론과 법정의 요구에 “No”라고 답한 것,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에도 “종교를 사랑하지만 날 소유하진 못한다. 난 자유인이다”고 일갈했던 그의 모습에서 평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싸웠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고수한 알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생존 인물이지만 이젠 잊혀가는 권투선수 알리를 생생하고 친밀한 인물로 되살려낸 데는 윌 스미스의 역할이 컸다.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16kg이나 늘리고, 1년 넘게 모래자루를 차고 산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했다는 윌 스미스는 기존의 귀여운 ‘촐싹남’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실제 알리가 그랬을 것 같은 움직임과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대역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실제 프로 권투 선수들과 직접 대결한 시합장면은 권투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