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단 멤버 중 강호중 이준호 정수년씨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2기 ‘슬기둥’은 타악에 비중을 두어 이후 ‘타악그룹 푸리’ ‘프리뮤직 그룹 상상’ ‘창작 타악그룹 공명’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슬기둥 창단 16년에 국악계는 ‘젊은 피’가 콸콸 도는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젊음의 상징 대학로에서 다시 모인다. 2월23, 24일 이틀 간 열리는 ‘젊은 국악 축제’에는 ‘슬기둥’ 외에도 신세대 소리꾼 조주선, 타악그룹 ‘푸리’와 ‘공명’, 재일교포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 가야금 앙상블 ‘사계’가 참여한다.

93년 슬기둥 출신 원일씨를 중심으로 민영치 김웅식 장재효 등이 창단한 타악그룹 푸리는 국내보다 외국에 더 알려진 팀이다. 최윤상 조민수 박승원 송경근 등 4명으로 구성된 ‘공명’도 창단된 지 2년(99년)밖에 안 됐지만 어느새 선배들과 함께 국악 타악팀 빅4에 꼽힐 만큼 성장했다.

끝으로 이번 ‘젊은 국악 축제’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재일교포 뉴에이지 음악가 양반언씨(39·일본 이름 료 구니히코)의 무대. 양씨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KBS FM ‘풍류마을’의 시그널 음악 ‘제주의 왕자’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곡은 양씨가 아버지의 고향 제주를 방문했다가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이다. 그는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의사가 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병원에 근무하기도 했으나 어릴 적부터 익혀온 음악적 ‘끼’를 버리지 못하고 피아니스트 겸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청룽 주연의 영화 ‘선더볼트’의 영화음악을 맡으며 홍콩, 중국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그의 팬 클럽이 창단될 예정이어서 단독 콘서트가 아님에도 팬들의 기대가 대단히 높다. 봄을 여는 ‘젊은 국악 축제’는 콘서트, 연극음악, 영화음악, 레코딩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국악인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월23일 오후 7시 슬기둥(고구려의 혼, 신푸리 등) 조주선(밤뱃놀이, 쑥대머리) 공명(보물섬, 공명유희)
·2월24일 오후 7시 양방언 밴드(제주의 왕자, 바람의 경고) 푸리 (셋둘, 길군악) 사계(신포니아, 봄)/ 문예회관 대극장/ 02-2020-1620, 02-732-4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