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초 신변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러시아를 방문했던 정의원은 그해 6월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수행해 다시 러시아를 찾는 등 십여 차례 러시아를 방문, 한국의 대표적인 ‘러시아통’으로 통한다. 정의원은 “러시아에 한-러 수교과정에 대한 기록이 다 남아 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내가 김 전 대통령을 모시고 감으로써 양국 수교가 최소 2년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또 “한-러 수교의 일차적인 공로는 김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정경분리’ 입장을 갖고 있던 러시아측에 맞서 김 전 대통령이 “경제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어떻게 경제를 우선할 수 있느냐”며 “동시에 하자”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러시아측이 국교수립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
정의원은 “외교상으로 볼 때 어떤 경우에는 정부채널보다 의원외교가 훨씬 더 성과를 거둘 때가 있다. 나는 진실되게 상대를 대해 인간적인 신뢰를 쌓았고 러시아측이 이것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14, 15대 때 통일외무위원장을 지낸 그는 “외교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면 외국에 나가 있을 때가 많고 지역민원사업도 챙기기 어려워 선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원외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