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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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 패러디’흥행 대박 노크

  • 입력2005-08-25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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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물 패러디’흥행 대박 노크
    “Do you like scary movie?” 밤늦은 시간, 집에 혼자 남아 공포영화를 보려고 팝콘을 튀기고 있던 여자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나?” 음산한 목소리에 놀라 달아나던 여자는 어느새 야한 속옷 차림으로 변해 모델인 양 멋진 포즈를 취하다 달려오던 아빠의 차에 치여 죽고 만다.

    앞부분은 공포영화 ‘스크림’을 모방한 것이지만, 뒤의 어이없는 죽음은 황당한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의 제목은 ‘무서운 영화’(Scary Movie, 8월12일 개봉). 이 특이한 제목의 영화는 순진한 여학생과 우둔한 경찰, 극성맞은 방송 리포터가 등장하고, 이들이 일단의 고교생들 주변을 배회하는 살인자와 게임을 벌인다는 ‘스크림’의 구조를 따라가면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매트릭스’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블레어 윗치’ 같은 영화의 유명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해내는 패러디 영화다.

    여기에다 각종 체액과 성기에 대한 외설적인 유머를 쏟아냄으로써 최근 몇 년 간 유행한 화장실 유머를 집대성해놓은 듯한 엽기적 코미디물. 미국에서는 조지 클루니 주연의 블록버스터 ‘퍼펙트 스톰’을 1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서 밀어내며 첫 주말 수입만 4250만 달러를 올려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 주류 영화 사상 성적으로 가장 노골적인 영화’라는 별칭을 달고 인기를 누린 이 영화의 재미는 우리가 무섭게, 진지하게, 감동적으로 봤던 유명한 영화들이 이 한 편의 영화에서 어떻게 패러디됐는지를 발견하는 데 있다.

    무서운 전화를 받고 벌벌 떨던 여자가 갑자기 방귀를 뀐다든지, 살인범이 ‘매트릭스’의 키애누 리브스처럼 허리를 젖혀 멋지게 원반을 피하다 허리디스크를 호소한다든지, 숲속으로 들어간 여자가 ‘블레어 윗치’의 한 장면처럼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콧물을 한 바가지나 쏟아낸다든지… 영화에 인용된 장면들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 놓인다. 본래의 진지함을 박탈당하고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져 웃음거리가 되는 것. 이것이 패러디 영화의 전략이며 묘미다.



    ‘패러디 영화’를 가벼운 B급 코미디물쯤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작에서의 심각함, 진지함과는 무관하게 재치가 번뜩이는 코믹한 장면으로 변신해내는 것은 참신한 감각과 창의력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패러디 영화인 데이비드 주커 감독의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는 한 작품 속에 각종 히트작의 패러디 수십 장면을 삽입시키는 재미를 제공해 나름대로의 인정을 받았고, ‘드레스드 투 킬’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히치콕 영화의 여러 장면을 패러디했다. ‘못말리는…’ 시리즈로 유명한 맬 브룩스 감독은 패러디 영화의 개척자. ‘못말리는 람보’에서 냉전시대에 미국과 그 이데올로기를 상징했던 람보는 여자나 밝히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패러디는 이처럼 기존의 권위를 비꼰다. 권위의 외양을 빌리되 그 본질을 여지없이 까발리고 풍자하는 것이다. 짐짓 ‘체’하는 권위와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부수는 것. 그것이 패러디 영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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