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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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여섯살이다… 남으로 가고 싶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5-11-01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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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만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남자, 장터 흙탕물 속에서 밥알을 주워 주린 배를 채우는 꽃제비들. 밥 한끼를 위해 몸을 파는 북한 여성들. 탈북자들의 비참한 생활에 대해 너무 많이 듣고 보아서인지 충격적이기는커녕 일상처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을 돌아보고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러나 길수와 형 한길이 그린 120점의 그림과 길수의 일기, 편지, 가족의 글 등을 모아놓은 ‘눈물로 그린 무지개’(문학수첩)는 우리의 무뎌진 가슴에 불화살을 꽂는다. “그 동안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만나고 ‘큰 재료감이 있는가, 큰 간부를 하다 왔는가’를 알아보고 ‘보통 백성이니 안된다’며 돈 몇 푼 쥐어주고 갔습니다. 급(높은 직위)이 없는 사람은 한국으로 못갑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 살아야 합니까?” 길수의 절규에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길수는 열여섯 살이다. 함경북도 화대군 쭛쭛고등중학교를 다니다가 너무 배가 고파 99년 1월11일 경비대를 피해 중국으로 왔다. “죽어도 북쪽에서 죽겠다. 누구든 중국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면 당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완고한 아버지(교사)와 인민군대에 복무중인 큰형을 남겨둔 채 어머니와 작은형 한길 그리고 길수 이렇게 세 식구만 몰래 두만강을 건넜다.

    길수네 가족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NGO대회를 통해서였다. 당시 길수와 한길 형제가 그린 그림 20여점이 전시되면서 ‘탈북난민’ 문제가 대회의 주관심사로 떠올랐다. 그후 김대중대통령도 탈북자에 대해 ‘선별입국’이 아닌 ‘탈북난민 전원 수용 방침’을 발표했다. 길수네 가족의 바람이 있다면 하루빨리 유엔으로부터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아 자유롭게 한국땅을 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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