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세상 변하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최근 들어 40, 50대 주부들이 남편을 동반하고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젊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서인지 장모 혹은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아들과 사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년 부인들은 주로 건강 검진 목적으로 산부인과에 오지만, 젊은 여성들은 확실한 병 증세를 느끼고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한 생리통이나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을 참지 못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내가 육체적 고통과 우울증으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데도 아내를 데리고 온 젊은 남편들은 한결같이 강 건너 불 보듯 무심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젊을 때는 무심하던 남편들도 중년이 되면 아내의 건강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 동안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20년 가까이 살면서 부부간의 정이 두터워져 혼자 검진하러 보내는 것이 어쩐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물론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이유가 된다.
남성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여성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적 현상이 병 아닌 병이 되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분만의 고통, 폐경기 증상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 중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및 산고가 젊은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병 아닌 병이라면 중년 여성들에게는 폐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생리통은 여성의 50%가 경험하는 것으로 이 중 1%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성이 100명 중 1명꼴이라는 것은 인구 규모로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월경전증후군은 대게 월경을 시작하기 4~10일 전에 나타나 막상 월경이 시작되면 꾀병처럼 사라지는 증상이다. 긴장 초조 불안 및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80%, 유방통, 부종 및 체중 증가 현상 40%, 두통 및 우울증 20%, 식욕 및 식성변화가 44% 정도다.
환자 중 5~10%는 증상이 매우 심해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산부인과나 정신과를 찾는다.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여성노동자 1500명 중 36%가 월경전증후군으로 작업에 지장을 받으며 안정가료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사실 남자들은 월경 곤란이나 분만의 고통처럼 여성만이 느끼는 생리적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부모형제나 남편이 이러한데 직장에서 남자 상사가 여직원의 생리적 고통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생리통 같은 것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 불편쯤은 여성이니까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리통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고통에 대해서는 치료 이전에 그 상태를 이해하려는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젊었을 때는 생리통으로 고통받던 여성들에게 폐경기는 또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40, 50대에는 난소의 노화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갱년기 증세가 나타난다.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식은 땀, 초조, 불안, 갑자기 가슴이 뛰는 심계항진, 비뇨생식계의 위축에 의한 성교통, 배뇨곤란 등을 느끼게 된다.
그밖에 폐경기를 기점으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골다공증, 치매, 각종 암 등 치명적인 성인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년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증상 외에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IMF(국제통화기금) 때도 갱년기 여성이 주로 해고 대상이 됐는데 그만큼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오며,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린 남편의 위기를 함께 경험하기도 하고, 부양해야 할 노부모가 치매 또는 치명적인 만성 성인병을 갖는 경우가 많아 병간호만으로도 지치게 된다. 아래로는 성장한 자식들의 사회진출과 관련된 희비(喜悲)와 사위나 며느리 등 새로운 가족에 대한 적응이 요구되는 힘든 시기다.
그러므로 폐경기가 되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숨어있는 성인병의 싹을 찾아내기 위해 정기적인 성인병 검진을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주부들은 이런 부인과적 증세를 부끄러워해서 그 고통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거나 ‘죽을 병도 아닌데…’하는 식으로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럴수록 남편이 먼저 정확한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령에 따라 아내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알아두는 게 좋다.
여성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20, 30대에는 사고사가 주종을 이루며, 30대 이후부터 서서히 심혈관질환과 암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폐경 이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크게 늘어나, 65세 이후 사망원인의 약 3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연령층 여성의 50%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이외에도 가계-지역 및 인종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질환은 선별하여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폐결핵, 각종 간염검사 및 위내시경검사 등이 추가될 수 있다. 가족 중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환 등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당뇨병검사와 혈중지질검사,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수혈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에이즈검사, 예방접종으로는 간염, 풍진예방접종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 TV광고 중 손발이 저려서 고생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맨날 그래서 어떡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광고 속의 남편은 아내의 건강을 정말 걱정하기보다 늘 아프다고 말하는 아내에 대해 짜증스러워하는 말투였다.
간밤에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맨날 그래서 어떡해”라고 투덜거리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중년 부인들은 주로 건강 검진 목적으로 산부인과에 오지만, 젊은 여성들은 확실한 병 증세를 느끼고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한 생리통이나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을 참지 못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내가 육체적 고통과 우울증으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데도 아내를 데리고 온 젊은 남편들은 한결같이 강 건너 불 보듯 무심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젊을 때는 무심하던 남편들도 중년이 되면 아내의 건강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 동안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20년 가까이 살면서 부부간의 정이 두터워져 혼자 검진하러 보내는 것이 어쩐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물론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이유가 된다.
남성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여성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적 현상이 병 아닌 병이 되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분만의 고통, 폐경기 증상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 중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및 산고가 젊은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병 아닌 병이라면 중년 여성들에게는 폐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생리통은 여성의 50%가 경험하는 것으로 이 중 1%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성이 100명 중 1명꼴이라는 것은 인구 규모로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월경전증후군은 대게 월경을 시작하기 4~10일 전에 나타나 막상 월경이 시작되면 꾀병처럼 사라지는 증상이다. 긴장 초조 불안 및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80%, 유방통, 부종 및 체중 증가 현상 40%, 두통 및 우울증 20%, 식욕 및 식성변화가 44% 정도다.
환자 중 5~10%는 증상이 매우 심해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산부인과나 정신과를 찾는다.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여성노동자 1500명 중 36%가 월경전증후군으로 작업에 지장을 받으며 안정가료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사실 남자들은 월경 곤란이나 분만의 고통처럼 여성만이 느끼는 생리적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부모형제나 남편이 이러한데 직장에서 남자 상사가 여직원의 생리적 고통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생리통 같은 것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 불편쯤은 여성이니까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리통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고통에 대해서는 치료 이전에 그 상태를 이해하려는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젊었을 때는 생리통으로 고통받던 여성들에게 폐경기는 또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40, 50대에는 난소의 노화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갱년기 증세가 나타난다.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식은 땀, 초조, 불안, 갑자기 가슴이 뛰는 심계항진, 비뇨생식계의 위축에 의한 성교통, 배뇨곤란 등을 느끼게 된다.
그밖에 폐경기를 기점으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골다공증, 치매, 각종 암 등 치명적인 성인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년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증상 외에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IMF(국제통화기금) 때도 갱년기 여성이 주로 해고 대상이 됐는데 그만큼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오며,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린 남편의 위기를 함께 경험하기도 하고, 부양해야 할 노부모가 치매 또는 치명적인 만성 성인병을 갖는 경우가 많아 병간호만으로도 지치게 된다. 아래로는 성장한 자식들의 사회진출과 관련된 희비(喜悲)와 사위나 며느리 등 새로운 가족에 대한 적응이 요구되는 힘든 시기다.
그러므로 폐경기가 되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숨어있는 성인병의 싹을 찾아내기 위해 정기적인 성인병 검진을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주부들은 이런 부인과적 증세를 부끄러워해서 그 고통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거나 ‘죽을 병도 아닌데…’하는 식으로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럴수록 남편이 먼저 정확한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령에 따라 아내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알아두는 게 좋다.
여성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20, 30대에는 사고사가 주종을 이루며, 30대 이후부터 서서히 심혈관질환과 암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폐경 이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크게 늘어나, 65세 이후 사망원인의 약 3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연령층 여성의 50%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이외에도 가계-지역 및 인종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질환은 선별하여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폐결핵, 각종 간염검사 및 위내시경검사 등이 추가될 수 있다. 가족 중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환 등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당뇨병검사와 혈중지질검사,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수혈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에이즈검사, 예방접종으로는 간염, 풍진예방접종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 TV광고 중 손발이 저려서 고생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맨날 그래서 어떡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광고 속의 남편은 아내의 건강을 정말 걱정하기보다 늘 아프다고 말하는 아내에 대해 짜증스러워하는 말투였다.
간밤에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맨날 그래서 어떡해”라고 투덜거리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