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료 음악 칼럼니스트와 요즘 국내 공연 무대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이 새삼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 토론은 두 가지로 귀결됐다.
하나는 2000년대 이후 국내 공연계를 휩쓸고 있는 ‘말러 붐’의 여파였다. 거대한 규모와 요란한 음향, 복잡다단한 내용 등으로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큰 도전을 요구하는 말러 교향곡들을 경험한 사람이 더 큰 도전과 자극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결론은 시대의 요구,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잠재된 욕구였다. 혼돈과 모순 이 두 가지는 현 시대를 가장 간단히 요약하는 개념이자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무한경쟁에 허덕이며 가치관의 혼란에 번민하는 이 시대 사람에게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마치 ‘진실의 거울’과도 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의 음악은 희망적인 미래를 약속지 않는다. 기껏해야 희미하게 암시할 따름이다.
3월 2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관객은 또 한 번 그 ‘진실의 거울’을 마주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휘를 맡은 이가 ‘음악의 진실’을 깊숙이 파고들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엘리아후 인발(Eliahu Inbal)이기 때문이다.
인발은 이스라엘 출신의 노장(1936년생)으로, 현재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다. 이전에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등을 맡기도 했는데, 특히 1974년부터 90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시절 인발은 브루크너와 말러 해석 전문가로 통했다. 독일 텔덱(Teldec) 레이블에서 독특한 판본을 채택한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일본 데논(Denon) 레이블에서 말러 교향곡 전집을 녹음해 전 세계 애호가의 뇌리에 각인된 것.
또한 인발은 비(非)러시아계 지휘자로선 드물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을 녹음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 전집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은 곡이 바로 이번에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 제11번’이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올해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 목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으로 일찌감치 지목받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인발 외에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협연자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다. 한국계 독일인인 엔더스는 2008년 20세 나이로 동부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국립관현악단)의 최연소 ‘첼로 악장’으로 기용돼 화제를 모았던 보석 같은 젊은 첼리스트다.
격조 높은 음색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표현력을 가진 엔더스가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곡은 유대인 작곡가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대작 ‘셀로모’다. 그가 유대인 지휘자 인발과 함께 이 ‘히브리 광시곡’에서 펼쳐 보일 장엄하고 신비로운 음률은 ‘인발의 쇼스타코비치’ 이상으로 관심을 끈다.
하나는 2000년대 이후 국내 공연계를 휩쓸고 있는 ‘말러 붐’의 여파였다. 거대한 규모와 요란한 음향, 복잡다단한 내용 등으로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큰 도전을 요구하는 말러 교향곡들을 경험한 사람이 더 큰 도전과 자극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결론은 시대의 요구,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잠재된 욕구였다. 혼돈과 모순 이 두 가지는 현 시대를 가장 간단히 요약하는 개념이자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무한경쟁에 허덕이며 가치관의 혼란에 번민하는 이 시대 사람에게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마치 ‘진실의 거울’과도 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의 음악은 희망적인 미래를 약속지 않는다. 기껏해야 희미하게 암시할 따름이다.
3월 2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관객은 또 한 번 그 ‘진실의 거울’을 마주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휘를 맡은 이가 ‘음악의 진실’을 깊숙이 파고들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엘리아후 인발(Eliahu Inbal)이기 때문이다.
인발은 이스라엘 출신의 노장(1936년생)으로, 현재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다. 이전에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등을 맡기도 했는데, 특히 1974년부터 90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시절 인발은 브루크너와 말러 해석 전문가로 통했다. 독일 텔덱(Teldec) 레이블에서 독특한 판본을 채택한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일본 데논(Denon) 레이블에서 말러 교향곡 전집을 녹음해 전 세계 애호가의 뇌리에 각인된 것.
또한 인발은 비(非)러시아계 지휘자로선 드물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을 녹음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 전집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은 곡이 바로 이번에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 제11번’이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올해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 목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으로 일찌감치 지목받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인발 외에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협연자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다. 한국계 독일인인 엔더스는 2008년 20세 나이로 동부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국립관현악단)의 최연소 ‘첼로 악장’으로 기용돼 화제를 모았던 보석 같은 젊은 첼리스트다.
격조 높은 음색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표현력을 가진 엔더스가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곡은 유대인 작곡가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대작 ‘셀로모’다. 그가 유대인 지휘자 인발과 함께 이 ‘히브리 광시곡’에서 펼쳐 보일 장엄하고 신비로운 음률은 ‘인발의 쇼스타코비치’ 이상으로 관심을 끈다.
3월 28일 서울시향 지휘봉을 잡는 엘리아후 인발(왼쪽)과 협연자 이상 엔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