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이 급등락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의 안보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손꼽힌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줄곧 뒷걸음질했다. 자본주의 이행 초기 옛 소련 국가 간 무역이 급감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우크라이나는 10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이후 집권한 친서방파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 재임 기간(2005~2010)에는 외국인의 국영기업 인수 허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같은 일련의 개혁을 통해 어느 정도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해까지 국내총생산(GDP)이 다시 급감했다(그래프 참조).
이렇듯 25년간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우크라이나 GDP는 2013년 기준으로 소련 붕괴 시점인 1991년의 85.6% 수준까지 후퇴했다. 정치·경제적 혼란을 피해 해외 이주도 늘어나 인구는 91년 5200만 명에서 2014년 4500만 명으로 줄었다. 2008년 이후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두 차례 받았으며, 올 들어서는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과 러시아 침공이 겹치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장기간 불황에 빠진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과 함께 러시아 개입이 자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통계인 2001년 센서스에 따르면, 총인구 중 우크라이나계는 77.8%, 러시아계는 17.3%며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29.6%다. 소련 붕괴 이후 다른 동구권 국가는 서방으로부터의 지원과 유럽연합(EU) 가입, 시장경제 개혁을 통해 성장을 도모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계의 반발로 개혁이 쉽지 않았다. 지역적, 민족적 분열이 경제 발목을 잡은 셈이다.
러·우 무력 충돌 발생할 우려
특히 러시아계가 분포한 동부 지역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레오니트 쿠치마(1994~2004)와 야누코비치 정권(2010~2014)은 EU 가입과 시장경제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막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점도 시장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로부터 압력을 받은 친러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13년 11월 EU와의 경제협력을 포기했고, 이를 계기로 수도 키예프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발생하자 정권은 아르세니 야체뉴크가 이끄는 친서방파로 교체됐다. 이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것이 최근 벌어진 위기의 전모다.
새로 집권한 야체뉴크 정부가 친서방 태도를 견지하고 러시아가 무력 대응 수위를 높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이들 사이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전면전 개연성을 낮게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군사력이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수출의 67%를 가스와 원유에 의존하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한마디로 전쟁을 수행하기에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대규모 무력 분쟁이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러시아 시장에서 대규모로 이탈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008년 러시아가 인구 463만 명의 조지아를 닷새간 침공했을 당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자 모스크바 당국은 루블화를 방어하려고 164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인구 4500만 명의 우크라이나와 장기적으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러시아는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피할 길이 없다.
전쟁을 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확고히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크라이나 24개 주와 1개 자치공화국 가운데 러시아계가 더 많은 지역은 크림반도가 유일하다. 동부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계가 다수를 차지한다. 전면전 이후 동부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이후 우크라이나계의 격렬한 저항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끝으로 우크라이나 역시 전면전을 피하려 최대한 자제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후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도발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두 나라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개연성은 낮지만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러시아나 서방 모두 우크라이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방 측은 러시아의 개입을 막으려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단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입국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향후 제재수위를 높여 러시아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러시아 가스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서방이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1분기에만 500억 달러 안팎의 서구 자금이 이탈하리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것으로 러시아에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전면적으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가격 급등 땐 큰 부담
한국 경우를 보자. 우크라이나는 2013년 기준 한국의 수출대상국 중 68위(6.3억 달러), 수입대상국 중 62위(4.55억 달러)를 차지해 교역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악화한다 해도 한국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개연성은 낮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국가 부도를 선언한다 해도 경제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러시아 리스크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러시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상당 기간 국내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뜻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와 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는 한층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손꼽힌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줄곧 뒷걸음질했다. 자본주의 이행 초기 옛 소련 국가 간 무역이 급감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우크라이나는 10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이후 집권한 친서방파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 재임 기간(2005~2010)에는 외국인의 국영기업 인수 허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같은 일련의 개혁을 통해 어느 정도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해까지 국내총생산(GDP)이 다시 급감했다(그래프 참조).
이렇듯 25년간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우크라이나 GDP는 2013년 기준으로 소련 붕괴 시점인 1991년의 85.6% 수준까지 후퇴했다. 정치·경제적 혼란을 피해 해외 이주도 늘어나 인구는 91년 5200만 명에서 2014년 4500만 명으로 줄었다. 2008년 이후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두 차례 받았으며, 올 들어서는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과 러시아 침공이 겹치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장기간 불황에 빠진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과 함께 러시아 개입이 자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통계인 2001년 센서스에 따르면, 총인구 중 우크라이나계는 77.8%, 러시아계는 17.3%며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29.6%다. 소련 붕괴 이후 다른 동구권 국가는 서방으로부터의 지원과 유럽연합(EU) 가입, 시장경제 개혁을 통해 성장을 도모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계의 반발로 개혁이 쉽지 않았다. 지역적, 민족적 분열이 경제 발목을 잡은 셈이다.
러·우 무력 충돌 발생할 우려
특히 러시아계가 분포한 동부 지역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레오니트 쿠치마(1994~2004)와 야누코비치 정권(2010~2014)은 EU 가입과 시장경제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막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점도 시장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로부터 압력을 받은 친러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13년 11월 EU와의 경제협력을 포기했고, 이를 계기로 수도 키예프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발생하자 정권은 아르세니 야체뉴크가 이끄는 친서방파로 교체됐다. 이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것이 최근 벌어진 위기의 전모다.
새로 집권한 야체뉴크 정부가 친서방 태도를 견지하고 러시아가 무력 대응 수위를 높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이들 사이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전면전 개연성을 낮게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군사력이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수출의 67%를 가스와 원유에 의존하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한마디로 전쟁을 수행하기에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대규모 무력 분쟁이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러시아 시장에서 대규모로 이탈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008년 러시아가 인구 463만 명의 조지아를 닷새간 침공했을 당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자 모스크바 당국은 루블화를 방어하려고 164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인구 4500만 명의 우크라이나와 장기적으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러시아는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피할 길이 없다.
전쟁을 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확고히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크라이나 24개 주와 1개 자치공화국 가운데 러시아계가 더 많은 지역은 크림반도가 유일하다. 동부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계가 다수를 차지한다. 전면전 이후 동부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이후 우크라이나계의 격렬한 저항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끝으로 우크라이나 역시 전면전을 피하려 최대한 자제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후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도발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두 나라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개연성은 낮지만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러시아나 서방 모두 우크라이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방 측은 러시아의 개입을 막으려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단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입국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향후 제재수위를 높여 러시아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러시아 가스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서방이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1분기에만 500억 달러 안팎의 서구 자금이 이탈하리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것으로 러시아에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전면적으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가격 급등 땐 큰 부담
한국 경우를 보자. 우크라이나는 2013년 기준 한국의 수출대상국 중 68위(6.3억 달러), 수입대상국 중 62위(4.55억 달러)를 차지해 교역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악화한다 해도 한국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개연성은 낮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국가 부도를 선언한다 해도 경제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러시아 리스크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러시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상당 기간 국내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뜻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와 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는 한층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