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 ‘2013 올해의 헬로 루키’ 대상을 차지한 로큰롤라디오.
지면 특성상 뚜렷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지 않은 신인을 소개하기란 상당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팀은 그런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추천하고 싶다. 음악적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그 배경, 현재의 인디 음악계를 주도하는 패러다임까지 모든 면에서 많은 것을 상징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이 팀의 이름은 ‘로큰롤라디오’.
1990년대 록계를 대표하는 미국 밴드 스매싱 펌프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로더가 얼마 전 한국을 찾았다. 그는 관계자들로부터 로큰롤라디오를 추천받았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슈로더는 말했다. “내가 최근 들어본 밴드 이름 가운데 가장 록적이네요.” 로큰롤라디오의 음악을 들은 후 그는 함께 연주하고 싶어 했다. 결국 10월 초 제주에서 열린 제트페스트에서 로큰롤라디오와 슈로더의 협연이 펼쳐졌다. 이 에피소드는 그들의 최근 행보에 비하면 지극히 상징적 단편에 불과하다.
언젠가부터 인디 밴드의 입신양명 과정이 바뀌었다. 과거 한 밴드의 실력을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라이브클럽을 친구 집처럼 들락거리던 애호가들이 조망하고 회자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00년대 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력의 출발선을 긋는 시대가 됐다. 이것이 바람직한 흐름인지는 논외로 하자.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무명 밴드들에게 기회는 됐을지언정 구체적 성과를 제공한 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당락을 결정하는 전문가들의 시선과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구자격이던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 루키’의 초대 수상자인 국카스텐, 한음파, 장기하와 얼굴들만큼 급부상과 연착륙의 행보를 이어간 팀은 이후 전혀 없었다. ‘헬로 루키’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까지 통틀어도 마찬가지다.
로큰롤라디오는 11월 9일 열린 ‘헬로 루키’에서 대상을 차지했지만 그들의 경력은 그게 끝이 아니다. 올해 열린 거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는 언제나 그들 몫이었다. 패배란 존재하지 않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브레인, 3호선 버터플라이 등 큰 별 같은 선배들과 붙었던 Mnet ‘MUST 밴드의 시대’ 정도가 유일한 고배의 순간이랄까. 그들을 주목한 건 전문가들만이 아니었다. 앨범도 내지 않은 밴드의 스케줄이 매일같이 공연으로 채워졌다. 로큰롤라디오를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으며, 그들을 본 사람들은 팬이 될 확률이 그만큼 높았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오디션과 라이브 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신인이 바로 로큰롤라디오다.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는 성공적인 데뷔 앨범이었다. 어찌 보면 올해 최고 기대작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1집 ‘Shut Up And Dance’가 나왔다. ‘닥치고 춤이나 춰’라니, 발칙하다. 그러나 막상 앨범을 플레이하는 순간 이 문구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임을 깨달았다. 최근 록계 흐름인 댄스와의 결합을 추구하되, 방법론에서는 다르다. 신시사이저 없이 오직 기타로만 댄서블한 리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간감을 만드는 데 쓰는 효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운드들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보컬은 꿋꿋이 건조함을 유지한다. 말하자면 이런 유의 음악과 명확히 다른 방법론으로 같은 종류의 웬만한 음악보다 막강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앨범에 담긴 노래는 총 14곡.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디지털 싱글 시대에 이렇게 많은 노래는 오히려 독일 수 있다. 지금 대중에게는 그만한 집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큰롤라디오의 14곡은 결코 길지 않다. 그 많은 노래가 각각 또렷한 표정으로 듣는 이를 응시한다.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표정이 모두 같은 근육에서 나오듯 일관성을 유지한다. 무드가 있고 흐름이 있으며 또 명확한 포인트가 있다. 신인의 참신함과 선수의 능수능란함이 모두 있다. 2013년 남은 시간은 채 한 달 반도 되지 않는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해 신인으로 로큰롤라디오를 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