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 짐 오닐이 브릭스(BRICs)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사이 브릭스 국가는 빠르게 성장해 2000년 7.9%에 불과하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2013년 20.4%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먼저 GDP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3분기 GDP 증가율은 1.2%로 낮아졌고 브라질의 1분기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중국과 인도 역시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성장률을 나타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정책 시사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5월 이후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등 대외 위기에 취약하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구조적 요인에 경기순환적 요인 덮쳐
그동안 글로벌 경기를 견인했던 이들 거대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순환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먼저 구조적으로 중국의 성장모델이 소비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셰일가스 등 신에너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러시아의 성장성이 위축되고,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됐으며, 브라질의 원자재 의존도가 점차 심화된다는 점도 함께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한계가 이들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셈이다. 경기순환적으로는 금리 상승과 수출 둔화, 원자재가격 약세 등이 브릭스의 경기 하강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다.
먼저 브릭스 국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중국의 구조 변화를 살펴보자. 중국 경제는 그동안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설비 과잉이나 잠재 부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 체질과 그림자금융 등 여러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2011년 ‘소비 중심의 내수 확대’라는 정책 패러다임을 채택하고 임금 인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을 통해 소비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보다 소비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 GDP의 46%에 달하는 투자가 10년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투자 중심 성장에서 탈피하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1차 산업 제품의 수출 비율이 78%, 재정수입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면서 러시아 내 원자재 생산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러시아의 잠재성장률도 함께 하락하는 것.
브라질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수출 구조가 원자재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2000년만 해도 23% 수준이던 1차 산업 제품의 수출 비중이 2012년 46%까지 높아졌다. 반면 제조업 제품의 수출 비중은 59%에서 38%로 위축됐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지고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구조 변화가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약화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인도의 경우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구조개혁 지연과 취약한 산업기반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변모해왔다는 점이 특히 골칫거리다.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구조가 고착화한 상태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유입은 증가하고 있어 외환이나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문제로 부각된다.
더 큰 틀에서 보자면 글로벌 차원의 교역 감소와 원자재가격 하락도 수출 및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릭스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2000년대 들어 브릭스 국가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글로벌 수직분업체제가 확립됨에 따라 교역이 증가했다는 점이 자리한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면 이를 중국과 인도에서 조립, 생산하고, 그 물건을 선진국에서 수입해 소비하는 패턴이 확립된 것. 이러한 체제가 글로벌 무역이 늘어나고 브릭스 국가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패턴이 급변했다. 선진국의 자산가격 하락과 디레버리징으로 이들 나라 소비가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중국의 노동비가 상승하면서 공장 이전에 따른 메리트가 줄자 선진국도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무역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글로벌 교역이 2.9%,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000~2010년 평균증가율(5.7%)을 크게 밑도는 수준. 글로벌 교역이 이렇듯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브릭스 국가의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 국가의 성장에 대한 순수출 기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2008년 0.2%에서 2010년 -1.0%로 바뀐 이후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약세가 이어진다는 점도 브릭스 국가의 경기가 하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브라질은 최대 철강석 수출국, 러시아는 세계 제2의 원유 수출국이다. 원자재가격이 떨어지면 이들 국가의 수출과 경기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 수요 회복 기대 어려워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구조적, 경기순환적 문제점을 돌파할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각국 정부가 과거 같은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것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 국가의 각 중앙은행은 경기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실행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긴축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로 전환하는 추세다. 브라질의 경우 5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9.5%까지 높아졌으며, 인도 중앙은행은 9~10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7.75%로 인상했다. 러시아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5~6%)를 상회하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정책을 추진하기에도 제약이 있다. 올해 러시아의 재정수지 비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각 나라의 재정여건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지만, 특히 브릭스 국가의 재정비율 개선은 선진국보다 미흡한 수준이어서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가 다시 세계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각 나라가 경기부양책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브릭스 국가가 경기회복을 하는 데 필수적 열쇠는 사실상 선진국의 수요 회복이다. 브릭스 국가가 금융위기 이전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선진국의 수요 증가율도 2003~2007년처럼 5%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 감소와 선진국의 수요 둔화, 제조업 육성정책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이러한 수요 증가율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도 당분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브릭스 국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선진국 경기와 수요가 호전됨에 따라 브릭스 국가의 경제도 완만하게 개선되겠지만, 금융위기 이전 같은 성장성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먼저 GDP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3분기 GDP 증가율은 1.2%로 낮아졌고 브라질의 1분기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중국과 인도 역시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성장률을 나타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정책 시사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5월 이후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등 대외 위기에 취약하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구조적 요인에 경기순환적 요인 덮쳐
그동안 글로벌 경기를 견인했던 이들 거대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순환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먼저 구조적으로 중국의 성장모델이 소비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셰일가스 등 신에너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러시아의 성장성이 위축되고,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됐으며, 브라질의 원자재 의존도가 점차 심화된다는 점도 함께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한계가 이들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셈이다. 경기순환적으로는 금리 상승과 수출 둔화, 원자재가격 약세 등이 브릭스의 경기 하강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다.
먼저 브릭스 국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중국의 구조 변화를 살펴보자. 중국 경제는 그동안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설비 과잉이나 잠재 부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 체질과 그림자금융 등 여러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2011년 ‘소비 중심의 내수 확대’라는 정책 패러다임을 채택하고 임금 인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을 통해 소비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보다 소비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 GDP의 46%에 달하는 투자가 10년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투자 중심 성장에서 탈피하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1차 산업 제품의 수출 비율이 78%, 재정수입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면서 러시아 내 원자재 생산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러시아의 잠재성장률도 함께 하락하는 것.
브라질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수출 구조가 원자재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2000년만 해도 23% 수준이던 1차 산업 제품의 수출 비중이 2012년 46%까지 높아졌다. 반면 제조업 제품의 수출 비중은 59%에서 38%로 위축됐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지고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구조 변화가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약화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인도의 경우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구조개혁 지연과 취약한 산업기반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변모해왔다는 점이 특히 골칫거리다.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구조가 고착화한 상태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유입은 증가하고 있어 외환이나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문제로 부각된다.
더 큰 틀에서 보자면 글로벌 차원의 교역 감소와 원자재가격 하락도 수출 및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릭스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2000년대 들어 브릭스 국가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글로벌 수직분업체제가 확립됨에 따라 교역이 증가했다는 점이 자리한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면 이를 중국과 인도에서 조립, 생산하고, 그 물건을 선진국에서 수입해 소비하는 패턴이 확립된 것. 이러한 체제가 글로벌 무역이 늘어나고 브릭스 국가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패턴이 급변했다. 선진국의 자산가격 하락과 디레버리징으로 이들 나라 소비가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중국의 노동비가 상승하면서 공장 이전에 따른 메리트가 줄자 선진국도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무역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글로벌 교역이 2.9%,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000~2010년 평균증가율(5.7%)을 크게 밑도는 수준. 글로벌 교역이 이렇듯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브릭스 국가의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 국가의 성장에 대한 순수출 기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2008년 0.2%에서 2010년 -1.0%로 바뀐 이후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약세가 이어진다는 점도 브릭스 국가의 경기가 하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브라질은 최대 철강석 수출국, 러시아는 세계 제2의 원유 수출국이다. 원자재가격이 떨어지면 이들 국가의 수출과 경기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 수요 회복 기대 어려워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구조적, 경기순환적 문제점을 돌파할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각국 정부가 과거 같은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것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브릭스 국가의 각 중앙은행은 경기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실행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긴축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로 전환하는 추세다. 브라질의 경우 5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9.5%까지 높아졌으며, 인도 중앙은행은 9~10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7.75%로 인상했다. 러시아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5~6%)를 상회하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정책을 추진하기에도 제약이 있다. 올해 러시아의 재정수지 비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각 나라의 재정여건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지만, 특히 브릭스 국가의 재정비율 개선은 선진국보다 미흡한 수준이어서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가 다시 세계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각 나라가 경기부양책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브릭스 국가가 경기회복을 하는 데 필수적 열쇠는 사실상 선진국의 수요 회복이다. 브릭스 국가가 금융위기 이전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선진국의 수요 증가율도 2003~2007년처럼 5%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 감소와 선진국의 수요 둔화, 제조업 육성정책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이러한 수요 증가율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도 당분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브릭스 국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선진국 경기와 수요가 호전됨에 따라 브릭스 국가의 경제도 완만하게 개선되겠지만, 금융위기 이전 같은 성장성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