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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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그때 그 음악 듣고 싶어라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 박경철 http//blog.naver.com/donodonsu

    입력2010-03-18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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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련한 그때 그 음악 듣고 싶어라
    음악, 미술, 책, 공연 등 문화적 콘텐츠에는 늘 ‘평론(評論)’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평’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평론가도 있다. 심지어 가전제품, IT기기 같은 것에도 ‘평’이 따라붙는다. ‘후기’ 또는 ‘리뷰’라고 써도 될 것이지만 꼭 ‘상품평’이라고 하면 가치가 높아진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평’ 또는 ‘평론’이란 말을 고집하는 것은 그 낱말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 힘의 원천은 좋게 말하면 진지함, 나쁘게는 권위의식이다. 이를 문화에 국한해 생각하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평론의 대상은 순수예술, 혹은 학문적으로 논단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로 좁혀진다. 대중문화 혹은 대중예술은 평론의 대상으로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문화적 콘텐츠에 대해 ‘격’을 따지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혹은 카네기홀에서 대중가수가 공연한 일이 화제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권위적 구조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평하는 자의 자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평하기 위해선 ‘평자’가 그보다 깊은 지식과 감식안을 가지거나, 최소한 그에 근접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책이 자신의 전공분야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서평이란 지식의 가치에 대한 논단이 아니라 그 대상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습득을 했는가, 또는 다른 책에 비해 기회비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논의는 논점이 빗나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예담 펴냄)이란 책을 보면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음반을 평한다는 것은 서평 쓰기나 다름없다. 책이나 음반이나 그것을 펴내는 목적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 다 구매자와 저자의 취향이 일치할 때 소비된다. 이때 평자는 이 소비의 통로에 대한 평가에 주력하면 된다. 하지만 책보다 대중예술을 평하는 것이 더 어렵다. 대중예술은 문자 그대로 그 시대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기에 무엇보다 보편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의 취향이 언젠가는 바뀐다는 점.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아티스트는 이 물꼬를 새로운 곳으로 돌리는 구실을 한다. 이때 아티스트의 감수성과 역량은 별개 문제다. 시대를 여는 안목이 있다고 해서 그가 창조한 콘텐츠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는 전자에 비중이 실린다. 그것이 ‘평’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평단과 대중 사이에 괴리를 만든다. 특히 이 점은 대중문화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평론은 문자 그대로 대중적이어야 하는데도 대중문화 평론이 순수예술 평론을 지향하는 순간, 대중과 유리되고 만다. 대중이 지지하고 열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은 이런 평단의 논단과는 달리 늘 자신이 열광했던 아티스트에 대한 추억을 안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 소수의 고급 소비자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즐기는 음악이 아닌 추억 그 자체다. 여기서 아티스트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대중문화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아티스트 출신이면서 대중의 반응에 가장 민감한 라디오 진행자로 20년을 살아온 배철수는 평자와 대중 사이의 접점을 훌륭하게 찾아냈다.

    배철수의 이 책은 그 시대에 대표로 우뚝 섰던 아티스트들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충족시킨다. 20년 이상 대중음악을 멀리해온 필자가 이 책을 본 뒤 거기에 실린 음반을 하나씩 찾아 주문할 정도. 바로 예전에 들었던 음반을 다시 사 레코드에 걸게 하는 힘, 그것이 이 책의 힘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의 주 저자인 배순탁이 뒤로 숨어버리고 키워드를 던져주는 구실을 한 배철수가 너무 전면에 나선 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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