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선거의 경구. ‘바람으로 당선되면 바람으로 낙선하기 십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열풍 속에서 치른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휩쓸었다. ‘묻지마’ 당선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당선한 국회의원을 ‘탄돌이’라고 불렀다. 탄돌이라는 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오픈사전에도 실려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치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휩쓸었다. ‘명돌이’가 대거 탄생한 것이다.
바람은 우연히 불지 않는다. 바람에는 국민의 요구가 담겼다. 바람은 곧 여론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줄곧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켰다. 여론은 반 전 총장의 안정감, 외교 역량, ‘흙수저’ 신화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문재인 대세론’이다. 탄핵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척점이었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의 수혜를 거의 독차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여론은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철수 대안론’에 주목하고 있다.
일주일 후인 31일에는 2배 가까이 상승한 19.0%를 기록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부분 안 후보가 25일 국민의당 호남지역 경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대선후보들도 당내 경선에서 예외 없이 압승했지만 지지율은 급등하지 않았다.
안 후보의 경선 승리는 충분히 예측됐다. 첫 경선에서 후끈한 참여 열기를 확인한 것은 다소 뜻밖의 성과이긴 하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이다. 따라서 경선 압승을 안 후보 지지율 급등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3월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탄핵정국이 사실상 종결됐기 때문이다. 3월 말을 전환점으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문 후보는 지금도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적폐연대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4월 둘째 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문 후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가 4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38.4% 지지율을 획득했다. 안 후보는 34.9%이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50.7% 지지율을 얻은 데 비해 문 후보는 42.7%에 그쳐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날 MB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다자구도는 문 후보 41.3%, 안 후보 34.5%로 유사한 흐름이다. 다만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로 나서면 문 후보(46.3%)는 안 후보(42.8%)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
문 후보 지지율은 다자구도에서 33.7 ~41.3%로 여전히 1위다. 안 후보와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36.4~46.3%를 오간다.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를 전제로 한 MBN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문 후보는 양자 가상 대결에서 시너지 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안 후보가 10% 이상 오르는 데 비해 문 후보는 3% 전후의 상승에 그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해 촛불바람을 타고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제 촛불은 사라졌다. 문 후보 대세론은 안 후보 대안론이 바람을 타면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 정권교체와 적폐청산 외 ‘다른 무엇’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30%대 중반으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 후보는 11월 24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한 번도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국민은 문 후보에게서 과거와 네거티브 이미지를 떠올린다. 안 후보는 새 정치, 벤처기업을 연상케 한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도 안정감이 늘었다는 평가다. 4월 6일 MBN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 이유로 적폐청산·개혁능력이 32.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안 후보 지지 이유로는 도덕성·신뢰성이 39.5%로 가장 많았다.
둘째, 중도와 보수층이 안 후보 지지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4월 3일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후보는 보수층에서 28.7% 지지율을 획득했다. 다자구도에서 전체 1위다. 중도층에서도 32.2% 지지율을 얻어 문 후보의 34.9%와 팽팽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는 보수 68.6%, 중도 45.0%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문 후보는 보수 14.0%, 중도 37.5%에 그쳤다. 문 후보가 안 후보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 움직임을 적폐연대라고 비판하면 할수록 중도와 보수의 결집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셋째, 안 후보는 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안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50% 이상으로 과거 보수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 수준이다. 20~40대의 경우에도 다자구도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보여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압축 선거다. 정상적인 대선이라면 선거전이 1년 남짓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선주자들의 사전 검증과 각 당의 경선, 최종 본선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30일. 문 후보의 대세론과 안 후보의 대안론이 최종 기착지가 될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검증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새로운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 바람은 단 며칠에도 새로운 주자를 부상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압축 대선이 주는 여론의 교훈이다.
바람은 우연히 불지 않는다. 바람에는 국민의 요구가 담겼다. 바람은 곧 여론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줄곧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켰다. 여론은 반 전 총장의 안정감, 외교 역량, ‘흙수저’ 신화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문재인 대세론’이다. 탄핵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척점이었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의 수혜를 거의 독차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여론은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철수 대안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회창 닮아가는 문재인 대세론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반 전 총장, 문 후보, 안 후보까지 대세론은 계속 부유하고 있다. 안 후보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는 3월 다섯째 주 들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율은 3월 24일 10.0%에 머물렀다.
일주일 후인 31일에는 2배 가까이 상승한 19.0%를 기록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부분 안 후보가 25일 국민의당 호남지역 경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대선후보들도 당내 경선에서 예외 없이 압승했지만 지지율은 급등하지 않았다.
안 후보의 경선 승리는 충분히 예측됐다. 첫 경선에서 후끈한 참여 열기를 확인한 것은 다소 뜻밖의 성과이긴 하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이다. 따라서 경선 압승을 안 후보 지지율 급등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3월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탄핵정국이 사실상 종결됐기 때문이다. 3월 말을 전환점으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문 후보는 지금도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적폐연대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4월 둘째 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문 후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가 4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38.4% 지지율을 획득했다. 안 후보는 34.9%이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50.7% 지지율을 얻은 데 비해 문 후보는 42.7%에 그쳐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날 MBN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다자구도는 문 후보 41.3%, 안 후보 34.5%로 유사한 흐름이다. 다만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로 나서면 문 후보(46.3%)는 안 후보(42.8%)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
문 후보 지지율은 다자구도에서 33.7 ~41.3%로 여전히 1위다. 안 후보와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36.4~46.3%를 오간다. 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를 전제로 한 MBN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문 후보는 양자 가상 대결에서 시너지 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안 후보가 10% 이상 오르는 데 비해 문 후보는 3% 전후의 상승에 그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해 촛불바람을 타고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제 촛불은 사라졌다. 문 후보 대세론은 안 후보 대안론이 바람을 타면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 정권교체와 적폐청산 외 ‘다른 무엇’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30%대 중반으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 후보는 11월 24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한 번도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중도 · 보수, 안철수 대안론으로 결집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대선에서는 미래와 포지티브 이미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안 후보는 미래와 포지티브 이미지에 좀 더 가깝다.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과거와 네거티브 이미지에 가깝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촛불정국으로 정권교체, 적폐청산이 추가됐다.국민은 문 후보에게서 과거와 네거티브 이미지를 떠올린다. 안 후보는 새 정치, 벤처기업을 연상케 한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도 안정감이 늘었다는 평가다. 4월 6일 MBN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 이유로 적폐청산·개혁능력이 32.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안 후보 지지 이유로는 도덕성·신뢰성이 39.5%로 가장 많았다.
둘째, 중도와 보수층이 안 후보 지지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4월 3일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후보는 보수층에서 28.7% 지지율을 획득했다. 다자구도에서 전체 1위다. 중도층에서도 32.2% 지지율을 얻어 문 후보의 34.9%와 팽팽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는 보수 68.6%, 중도 45.0%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문 후보는 보수 14.0%, 중도 37.5%에 그쳤다. 문 후보가 안 후보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 움직임을 적폐연대라고 비판하면 할수록 중도와 보수의 결집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셋째, 안 후보는 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안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50% 이상으로 과거 보수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 수준이다. 20~40대의 경우에도 다자구도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보여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압축 선거다. 정상적인 대선이라면 선거전이 1년 남짓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선주자들의 사전 검증과 각 당의 경선, 최종 본선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30일. 문 후보의 대세론과 안 후보의 대안론이 최종 기착지가 될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검증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새로운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 바람은 단 며칠에도 새로운 주자를 부상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압축 대선이 주는 여론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