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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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곁에서 본 장욱진 화백 현실에 양보 없었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4-12 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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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최종태 지음/ 김영사/ 192쪽/ 1만4000원

    “그는 누구인가. 외통수에다 장기 한 수를 놓고 일생을 버텼다. 나이를 물으면 ‘일곱 살이지’ 하였고, ‘심플’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외쳐댔다. 세상 물결을 저만치 놔두고 자신의 길만을 향해서 양보 없이 살아갔다. 장욱진이 겨냥한 것은 무엇인가.”

    기이한 일생을 살면서 특출한 그림을 남긴 사람. 술을 벗 삼고 해와 달, 까치와 참새를 많이 그린 화가. 올해는 장욱진(1917~90) 화백의 탄생 100주년이다.


    장 화백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손꼽힌다. 장 화백과 사제관계를 맺었던 86세 원로 미술가인 저자가 스승과 함께 한 내밀한 추억, 스승이 추구한 예술세계를 어제 일처럼 전한다. 

    4·19혁명으로 혼란하던 시절 장 화백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경기 덕소로 옮겼다. 그는 그곳에서 한강을 많이 그렸다. 덕소에는 강이 있고 산이 있고 하늘에는 새가 자주 날아다녔다. 한번은 하얀 하늘에 새 네 마리가 줄지어 서편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매직 마커로 그렸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저게 무슨 새입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참새지.”
    제자가 “참새는 그렇게 날지 않던데요”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장욱진은 “내가 시켰지” 하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의 그림에서는 무엇이든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너, 나한테서 떠난 걸 내가 알아.” 1970년대 중반 어느 날, 태릉에 있는 스승의 집을 찾은 제자가 현관 초인종을 눌렀더니 대취한 스승이 느닷없이 일갈한다. 제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스승은 어떻게 제자의 마음을 들여다봤을까.

    제자는 54년 미술대학에 입학한 이후 장 화백과 조각가 김종영 두 스승으로부터 평생 영향을 받았다. 졸업 후 예술의 길을 찾고자 두 스승 사이를 오가며 고민하다 김종영 편으로 마음이 살짝 기울어진 상태였다. 한 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스승은 이를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생활을 회상하면서 ‘괴짜 중’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돈이 되는 일에는 손댄 적 없고 의도적으로 기피했기 때문이다. 스승은 서울이 시끄럽다고 늘 시골로만 다녔다. 그림은 고요한 새벽에 그렸다. 이를 제자는 “빈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싸웠고, 거기서 얻은 정제된 빈 시간이 그가 사는 공간이었다”고 회상한다.

    한평생 술과 그림밖에 몰랐기에 장 화백이 남긴 작품은 매우 단순하다. 물론 크기도 작다. 손바닥만 한 화폭에 어떠한 장식도 허용하지 않은, 소박한 이미지를 담았다. 친숙한 대상을 매직 마커로 쓱쓱 그려 아이들이 그린 낙서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인의 소박한 정서와 가족의 따뜻한 사랑, 평화로운 풍경이 녹아 있다. 책에 수록된 장 화백의 대표작 41점을 통해 거장의 예술세계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아무도 발 디디지 않는 참됨의 벌판길을 혼자서 걸어갔다.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이웃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겨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확실하게 승리한 사람의 얼굴을!” 스승에 대한 제자의 평가 역시 멋지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문학동네/ 276쪽/ 1만3000원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은 한 무리의 성난 여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여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에 사는 그 누구라도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여성의 몸,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연애와 결혼, 일터에서 여성 등 페미니즘을 다룬다.






    당신의 직업이 사라진다
    데이비드 서·이선 지음/ 세종서적/ 304쪽/ 1만6000원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체제는 동시다발적인 격변으로 붕괴되고 있다. 특히 기술혁신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미래 일자리에 대비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이트칼라는 업무에 치여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볼 틈이 없다. 미래 일자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아몬드

    손원평 지음 / 창비/ 263쪽/ 1만2000원

    다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지 못하고 공포도,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엄마로부터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라는 식의 ‘주입식’ 감정교육을 받기도 한다. 세상을 곧이곧대로만 보는 아이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한다. 어느 날 가족을 모두 잃으면서 윤재는 세상에 홀로 남는다.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

    안드레아스 모리츠 지음/ 정진근 옮김/ 에디터/ 336쪽/ 1만4800원

    영유아 접종에서부터 독감 백신까지 예방접종에 관한 상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체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백신은 질병을 근절시켜준 신의 선물도 아니고, 제약회사나 백신 제조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면역력을 만들어줄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백신이 면역체계에 손상을 입히고, 백신에 든 합성 화학물질과 유전물질이 독성 중독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 지음/ 민음사/ 159쪽/ 9000원

    ‘아름다운 의자를 들고 퇴근 시간 전철에 탔다 의자는/ 황홀한 노래를 읊조리고 내 몸은 달아올랐다// 이것은 의자, 별처럼 빛나는 의자// 의자를 들고 전철에 탔지만 자리가 없었다 나는 분명히/ 의자를 들고 있는데 앉을 수가 없으니 나와 의자는 슬펐다’(‘의자 들고 전철 타기’ 중에서). 상처 입은 서로를 말없이 끌어안으며 기적을 꿈꾸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해냄/ 243쪽/ 1만2000원

    할머니는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았다. 숯덩이 같은 빛깔의 얼굴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할머니의 숨소리는 정신 나간 거위가 꽥꽥거리는 것처럼 컸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숨소리가 밤새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친척이 몰려와 할머니 곁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 새벽 할머니는 일어나 앉아 있었다. 작가생활 30년을 맞는 저자의 단편소설 5편을 모은 소설집.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
    이근면 지음/ 한국경제신문/ 272쪽/ 1만4000원

    30년 넘게 삼성그룹에서 인사전문가로 일하고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저자가 말하는 인재 경영론. 저자는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우수한 인재가 지식을 넘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또한 혁신을 위해 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하는지, 인재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184쪽/ 1만1500원

    세상은 아름답지만 이해할 수 없는 악의가 가득하기도 하다. 그러니 경악스러운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대개는 나와는 상관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이상한 인간이 저지른 일로 치부하며 아직은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저자는 “이렇게 해서는 악을 만연케 할 뿐”이라고 말한다. 악의 발생과 양상, 악에 대처하는 법 등 다양한 논점을 제시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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