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공무원과 주민들이 도로변 등에서 수거한 고철이 함평천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고철대란으로 공장과 아파트 공사현장 등의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철강업체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헌 솥뚜껑이나 못 쓰는 냄비까지 수집하고 있다. ‘산업의 쌀’인 쇠 조각을 모으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
그러나 고철대란을 바라보는 고철수집상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철강회사와 일부 수집상, 그리고 언론이 사태를 부풀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철강회사들이 대란을 빌미로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철강회사는 의도적으로 납품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게 고철수집상들의 주장이다.
고철수집상 오모씨는 “시중의 고철 수집량은 대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데 언론보도로 사태가 부풀려지면서 일부 수집상들이 ‘사재기’ ‘쟁여두기’에 나서 고철대란을 부추기고 있고, 철강회사들도 겉으로는 대란 운운하면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고철 소비량은 2300만t으로 이중 72%가 국내에서 수집되며 나머지 28%가 수입 물량이다. 고철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내수 수요가 늘어 수입국으로 바뀌면서 고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량이 달려왔다. 수입산 고철 값은 지난해 말 t당 217달러(약 26만원)에서 최근 310달러(약 36만원)로 치솟았다.
그러나 총 물량의 72%를 차지하는 국내산 고철의 비중을 늘리면 수입가 상승으로 인한 철강재 값 오름세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수집량은 고철 값 인상을 부추기는 철강업체들과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고철수집상들의 사재기 쟁여두기가 없었다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게 고철수집상들의 얘기다.
공급량에 문제가 없던 국내산 고철은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유통량이 40% 이상 줄어들었다. 고철수집상 김모씨는 “1주일만 쌓아두면 수천만원씩 오르는데 누가 물건을 내다 팔겠느냐”고 말했다.
고철수집상들은 또 “수집상들의 매점매석을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철강회사였다”고 주장했다. 수집상들의 공급 물량엔 변화가 없는데 철강회사들이 값을 올려 부르며 사재기에 나선 뒤 올려준 수집단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마진을 덧붙여 제조업체와 건설현장에 납품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
제조업공장과 건설현장 등에선 철강회사들이 고철 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의도적으로 납품을 미루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하다. 한 고철수집상은 “구조적인 문제로 고철대란이 악화되고 있는데, 단속은커녕 헌 냄비나 모으고 있는 지자체와 당국이 현장에 한 번이라도 와봤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