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은 인간 경제활동의 기본이다. 또한 ‘먹는다’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여서 많은 사람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요는 적정량의 안전한 먹거리를 적당한 가격, 적절한 시기에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것. 지역마다 생산 가능한 먹거리가 한정돼 있고, 또 그 기간 및 과정이 길고 복잡한 까닭에 ‘적정량’, ‘적절한 가격’, ‘적절한 시기’ 공급은 쉽지 않은 문제다. 더하여 안전성 확보는 식재료 거래의 핵심 요소다.
이로 인해 먹거리 문제는 각국에서 예외 없이 매우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 국제정치학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수출·입 마찰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생산지대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 수입 개방을 꺼리는 것이 각 국민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먹거리는 경제재인 동시에 정치재다. 국민에겐 생존권이, 정치인에게는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 빼고 모든 분야 개방 … ‘관세’로는 장벽 한계
국내 정치재로서의 먹거리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추곡수매다. 추곡수매가 결정은 농업지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200만ha 농업지대 중 100만ha가 논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비슷한 이유로 각국의 정치인과 국민은 농·축·수산업 시장 개방에 매우 민감하다. 각국의 수입개방 초기에는 해당 산업의 규모 및 국력에서 월등한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이 앞장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일단 개방이 이뤄지고 나면 각국의 브랜드 및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나눠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개방된 상태다. ‘장벽’ 구실을 하는 것은 관세다. 쇠고기는 40%, 돼지고기는 20%의 관세를 매긴다. 쇠고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3.4%에 이른다.(표 참조) 최근에는 한우가 독점하고 있는 고급육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얼리지 않은 등심(냉장육)이 주력 품목이다. 돼지고기는 삼겹살 수입이 압도적이다. 주로 시중 음식점에서 소비된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에는 35~50%의 관세가 붙는다.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관세는 200~300%로 매우 높다. 수입업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고춧가루를 ‘다데기’ 형태로 만들어 들여와 다시 말려 판매하거나, 냉동고추를 수입해 충북 음성 등지로 옮긴 후 말려 파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먹거리 수출·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안정성이다. 이것이 정치적 이해나 자국 이익 추구라는 주제와 얽혀 여러 복잡한 문제를 양산한다. 때로는 주무부처에서 수입 규모 축소를 위해 수입 농·축·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몽이다. 1989년 자몽의 수요가 폭발할 시점에 수입 자몽의 잔류농약이 허용치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터져나왔다. 자몽 수요는 순식간에 사그러들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몽=안전하지 않은 과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농·축·수산물 수입과 함께 병·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구제역이 유입됨으로써 돼지를 도살하고, 그 사체를 매장하고, 소독 등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다 합치면 엄청난 규모가 된다.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있어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 및 도하개발어젠다(DDA)의 관세 인하 협상이다. 특히 DDA 협상은 농산물 시장의 실질적 무역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담스럽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도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한국과 함께 쌀 시장 개방을 유예했던 일본은 이미 관세를 통한 개방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수석연구원은 “농·축·수산물 수입개방 문제야말로 각국의 국력과 외교력을 총체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입개방에 대한 관련 단체 및 시민들의 적극적 반대와 저항이 협상에 나선 당국자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최연구원은 그러나 “농·축·수산물 수입 문제를 무조건 ‘식량안보’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 ‘식량안보’라 번역하는 ‘Food Safety’를 ‘식량보장’이라 해석해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특정 국가로 인해 국내 식량 수급이 휘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이 수출을 거부하면 호주, 캐나다가 나서 먹거리를 제공하게 돼 있다. 이제 먹거리 수입문제는 안전한 식량을 원하는 가격에,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여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먹거리 문제는 각국에서 예외 없이 매우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 국제정치학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수출·입 마찰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생산지대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 수입 개방을 꺼리는 것이 각 국민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먹거리는 경제재인 동시에 정치재다. 국민에겐 생존권이, 정치인에게는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 빼고 모든 분야 개방 … ‘관세’로는 장벽 한계
국내 정치재로서의 먹거리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추곡수매다. 추곡수매가 결정은 농업지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200만ha 농업지대 중 100만ha가 논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비슷한 이유로 각국의 정치인과 국민은 농·축·수산업 시장 개방에 매우 민감하다. 각국의 수입개방 초기에는 해당 산업의 규모 및 국력에서 월등한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이 앞장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일단 개방이 이뤄지고 나면 각국의 브랜드 및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나눠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개방된 상태다. ‘장벽’ 구실을 하는 것은 관세다. 쇠고기는 40%, 돼지고기는 20%의 관세를 매긴다. 쇠고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3.4%에 이른다.(표 참조) 최근에는 한우가 독점하고 있는 고급육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얼리지 않은 등심(냉장육)이 주력 품목이다. 돼지고기는 삼겹살 수입이 압도적이다. 주로 시중 음식점에서 소비된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에는 35~50%의 관세가 붙는다.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관세는 200~300%로 매우 높다. 수입업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고춧가루를 ‘다데기’ 형태로 만들어 들여와 다시 말려 판매하거나, 냉동고추를 수입해 충북 음성 등지로 옮긴 후 말려 파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먹거리 수출·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안정성이다. 이것이 정치적 이해나 자국 이익 추구라는 주제와 얽혀 여러 복잡한 문제를 양산한다. 때로는 주무부처에서 수입 규모 축소를 위해 수입 농·축·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몽이다. 1989년 자몽의 수요가 폭발할 시점에 수입 자몽의 잔류농약이 허용치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터져나왔다. 자몽 수요는 순식간에 사그러들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몽=안전하지 않은 과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농·축·수산물 수입과 함께 병·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구제역이 유입됨으로써 돼지를 도살하고, 그 사체를 매장하고, 소독 등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다 합치면 엄청난 규모가 된다.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있어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 및 도하개발어젠다(DDA)의 관세 인하 협상이다. 특히 DDA 협상은 농산물 시장의 실질적 무역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담스럽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도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한국과 함께 쌀 시장 개방을 유예했던 일본은 이미 관세를 통한 개방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수석연구원은 “농·축·수산물 수입개방 문제야말로 각국의 국력과 외교력을 총체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입개방에 대한 관련 단체 및 시민들의 적극적 반대와 저항이 협상에 나선 당국자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최연구원은 그러나 “농·축·수산물 수입 문제를 무조건 ‘식량안보’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 ‘식량안보’라 번역하는 ‘Food Safety’를 ‘식량보장’이라 해석해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특정 국가로 인해 국내 식량 수급이 휘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이 수출을 거부하면 호주, 캐나다가 나서 먹거리를 제공하게 돼 있다. 이제 먹거리 수입문제는 안전한 식량을 원하는 가격에,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여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