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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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매운 맛에 반상철녀 녹다운

루이 9단(정선) : 박지은 3단(백)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3-02-12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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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매운 맛에 반상철녀 녹다운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은 세계에서 가장 센 여류기사다. 일찍이 이창호, 조훈현 9단을 연파하며 국수 타이틀도 차지한 바 있는 루이 9단에게 감히 대적할 여류기사는 없다. 그래서 이 ‘철녀’에게 도전하기 위해 ‘토종 신예’ 박지은 3단이 인터넷 바둑사이트 타이젬(www.tygem. com)이 마련한 치수고치기 10번기에 흔쾌히 나섰을 때 다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승패에 따라 치수가 고쳐지는 치수고치기는 기사의 명예를 송두리째 걸고 벌이는 싸움이기에 지는 쪽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2연승할 경우 치수를 바꾸기로 한 10번기가 시작되자마자 박지은 3단은 정선(定先)으로 밀리고 두 점 추락 직전에까지 몰렸다. 그런데 다들 너무 이른 도전이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을 때 믿기 어려운 반전이 시작됐다. 반환점인 5국을 넘어서며 맞바둑으로 치수를 복구하더니 8국째에 상대를 거꾸로 정선으로 주저앉혔다. 그러고는 정선 치수를 접어준 9국마저 완승, 골리앗을 오히려 두 점 위기로 몰아넣는 파란을 일으켰다. 루이 9단으로선 남은 한 판을 이겨도 치수가 정선으로 끝나며, 질 경우에는 두 점으로 낙착하는 수모를 겪어야 할 판이다.

    토종 매운 맛에 반상철녀 녹다운
    백1로 끊은 장면. 흑 ‘가’로 넉 점을 살려 나오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인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흑이 넉 점을 버리고 ‘나’로 늘어 백 ‘가’로 잡을 때 우변을 확실히 지켜야 했다. 그런데 좌변 흑 대마가 아직 살지 못했고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 백쫔 호수(好手)가 있음을 무시하고 흑1 이하로 끌고 나와 일거에 바둑을 그르쳤다. 허약해진 위아래 흑대마를 돌보는 데 급급한 새 보고(寶庫)인 우변 흑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백 6집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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