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C가 5월 국내에 출시한 ‘허머 EV SUV’. GMC 제공
과거 오프로더는 기계식 구동계, 높은 차고, 견고한 차체 등을 자랑했다. 허머 EV SUV는 여기에 전자제어 능력을 더했다. 앞바퀴와 뒷바퀴 조향 각도를 제어하고, 노면 상황과 공간에 맞춰 움직임을 바꾼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지만, 실제 차 움직임은 여러 제어 장치가 조응해 만들어낸다. 소프트웨어가 차의 움직임에 직접 개입하는 것, 이것이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로 SDV 전환 가속
이제 차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출력과 토크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출시된 차량에서 자동차가 가진 힘은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엔진이나 배기량보다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을 더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전기차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차를 이해하려면 엔진룸뿐 아니라 화면, 센서, 컴퓨터, 제어 로직도 함께 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현대차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최초 적용한 ‘더 뉴 그랜저’. 현대차 제공
이런 변화는 볼보 EX60에서도 감지된다. EX60은 구글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휴긴코어(HuginCore)를 강조한다. 휴긴코어는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차량의 두뇌라고 할 수 있다. EX60은 정기적인 무선(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차 전체를 하나의 컴퓨팅 구조로 설계한 방식이다. 여러 기능이 각기 다른 장치에 흩어져 있던 과거와 달리, 중앙 컴퓨팅 소프트웨어가 기능을 묶고 관리한다. 그러니 이제 자동차 성능은 하드웨어 조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지, 업데이트를 통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업데이트 관리가 차 완성도 좌우
출고 이후 관리도 중요해졌다. 이제 소비자는 지도를 업데이트하거나 소프트웨어 오류를 수정하는 정도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연결 서비스, 차량 기능의 일부까지 업데이트 대상이 된다. 소비자가 신차를 선택할 때 주의할 부분도 달라졌다. 어떤 기능이 탑재됐는지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기능이 추가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즉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브랜드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포르쉐 마칸 GTS 일렉트릭은 전동화 시대의 주행 감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내연기관의 엔진음과 변속감이 중심이던 시대와 달리, 전기 마칸의 주행 감각은 모터 출력 배분, 회생제동, 전자제어식 디퍼렌셜, 서스펜션 제어가 함께 만든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나오는 방식, 코너에서 뒤축을 제어하는 방식, 고속에서 차체를 안정화하는 방식이 모두 전자제어와 연결된다.
그렇다고 자동차에서 하드웨어가 의미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자동차는 여전히 움직여야 하고, 오래 버텨야 하며, 운전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다양해졌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컴퓨팅 능력, 센서, 업데이트 관리 등이 차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하드웨어의 품질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따로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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