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가디언’은 ‘1조 달러 주식 보상안’에 대해 “테슬라가 전기차라는 뿌리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변신 중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X. 뉴시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가 중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급락에도 큰 부침이 없는 테슬라 주가를 분석하며 한 말이다. 테슬라는 10월 중국에서 전기차를 전년 동기 대비 35.8% 감소한 2만6600대 팔았다.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는 깊은 하락 없이 횡보를 나타냈다.
사이버트럭·모델Y 담당 임원 퇴사
이달 초 주주총회를 통과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1조 달러(약 1467조5000억 원) 규모의 조건부 주식 보상안이 테슬라 전기차 사업과 주가 사이 연관성을 한층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보상안은 누적 차량 인도량 2000만 대, FSD 유료 구독 1000만 건, 상업 운행 로보택시 100만 대,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배치 100만 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000억 달러(약 587조 원) 등 12단계 경영·재무상 목표 달성 시 머스크 CEO에게 최대 1조 달러 가치의 테슬라 주식(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영국 ‘가디언’은 “1조 달러 주식 보상안은 테슬라가 전기차라는 뿌리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변신 중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테슬라 전기차 사업 관련 핵심 인사들이 이탈한 점도 이 같은 사업 축 변화를 시사한다. 사이버트럭 개발·양산과 모델3를 담당해온 시단트 아와스티 프로그램 매니저는 11월 10일(이하 현지 시간) 자신의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퇴사 소식을 알렸다. 모델Y를 맡아온 이매뉴얼 라마키아 프로그램 매니저도 같은 날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배터리·파워트레인 수석 부사장, 북미·유럽 전기차 생산 및 판매 부사장 등 고위 임원이 잇달아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포브스’는 “머스크 CEO가 전기차 이외 사업들을 우선시하면서 자동차 엔지니어들에게 테슬라가 덜 매력적인 회사가 됐다”면서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근래 테슬라에는 새 (전기차) 모델이 전혀 없고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고 있어 자동차업계 인재들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눈은 테슬라표 AI, 로보틱스 사업이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현재 비감독형 FSD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행하는 한편, 감독형 FSD를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11월 12일에는 한국에 감독형 FSD를 조만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년 2분기에는 2인승 로보택시인 사이버캡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는 옵티머스 첫 대량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미래 사업 속도전에 테슬라 주가는 400달러대 지지선을 형성한 모습이다(그래프 참조). 안동후 이사는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는데도 주가가 옆으로 길어지기만 하는 이유는 시장이 AI, 로보틱스에 대한 프리미엄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이 급증한 것도 전기차 약세를 어느 정도 보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미래 사업 전환이 가시적 성과를 보일 때마다 주가가 단기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조 달러 주식 보상안, 벅찬 퀘스트”
다만 머스크 CEO가 1조 달러 주식 보상을 받으려면 테슬라가 ‘커다란 도약’을 해야 한다는 게 월가 중론이다. 특히 EBITDA 4000억 달러는 아직까지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미래 사업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어야 도달 가능한 수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1조 달러 주식 보상안의)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슬라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대규모로 상용화돼야 한다”며 “옵티머스가 일상에서 ‘생산적 노동’을 수행할 정도로 확장돼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전례 없이 높은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 규모를 넘어 제조업 기업의 가능성 기준을 재정의해야 한다”면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보상안이 ‘머스크에게조차 벅찬 비범한 퀘스트’라고 평했다”고 보도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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