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4

..

계열 분리 공식화, 독자 경영 나서는 정유경의 신세계

고급화로 백화점 본업 경쟁력 강화 성공… 사업구조 다각화 과제

  • reporterImage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11-14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10월 말 단행된 신세계그룹 2025년 임원 정기 인사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 분리 발표와 함께 승진 소식이 전해진 그는 신세계 총괄사장을 맡은 지 9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며 백화점 부문 독자 경영에 나서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이기는 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2개 지주회사 형태가 됐다.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은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백화점을 맡겨 ‘남매 경영’을 하게 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 제공]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 제공]

    강남점 연매출 3조, 센텀시티점 2조 기록

    또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 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하기도 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1%를 정유경 회장에게, 정유경 회장은 이마트 지분 2.52%를 정용진 회장에게 양도하며 분리 경영 체제를 준비했다. 상호 보유 지분이 상장사는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이 해소된 것이다.

    2019년에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해 계열 분리를 준비했다. 2020년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남매에게 각각 증여했다. 두 사람은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3%에서 18.5%로 올라가며 최대주주가 됐다. 2021년에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하던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신세계에 양도해 지분 정리를 사실상 끝냈다.

    그럼에도 이번 정 회장 인사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달리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파격 승진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그동안 백화점 부문에서 보여준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이화여대 미대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디뎠다.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2015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사업 뿌리인 백화점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신세계백화점을 각 지역에서 대표 백화점으로 키우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경쟁사들에 비해 점포수가 적은 약점은 압도적 규모의 지역별 점포와 명품 브랜드 유치로 보완했다.

    지난해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 제공]

    지난해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 제공]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한국 유통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 2016년 리뉴얼을 통해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단일 유통 시설로는 국내 최초로 연매출 3조 원을 기록한 것이다. 2009년 세계 최대 규모로 들어선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비수도권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또 2021년 문을 연 대전점 역시 중부권 최대 백화점으로 올라섰다. 신세계는 이 같은 경쟁력에 힘입어 2016년 약 2조90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6조3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2023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 원을 넘는 국내 최고 유통 기업이다.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2조 원으로 재계(농협 제외) 10위다. 그중 백화점 부문이 약 19조 원으로, 이대로 계열 분리에 나서면 27위 쿠팡(약 17조 원)보다 앞서 26위가 된다.

    내수 한계 넘어 세계로, 뷰티 사업 총괄 조직 신설

    ㈜신세계는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신세계디에프(면세),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까사(가구·인테리어), 신세계라이브쇼핑(T커머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로 유통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도 올해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이어갔다.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7824억 원, 영업이익 1175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사업은 2분기 총매출액이 1조74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역대 2분기 중 매출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조702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8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강남점 식품관을 비롯한 주요 점포 리뉴얼에 따른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2월 국내외 최고 디저트를 엄선해 모은 스위트파크, 6월 프리미엄 미식 콘텐츠에 호텔급 공간을 갖춘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차례로 개관하는 등 오프라인 공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제 업계 관심은 정 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쏠린다. 일단 임원 정기 인사와 함께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뷰티 사업을 확대해 백화점에 쏠린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할 뷰티전략 태스크포스(TF)팀과 뷰티 편집숍인 시코르 총괄 조직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수 위주인 백화점 사업에 비해 뷰티 사업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뷰티를 적극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완전한 계열 분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 승계 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가 된 정 회장은 2001년 결혼한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 “5년 뒤 세계 30위 글로벌 명문대학 도약할 것”

    삼성 HBM, 엔비디아 납품 초읽기… 젠슨 황 “HBM 승인 작업 중”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