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16일 후보자 시절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 한 말이다. 산적한 현안 중 노란봉투법은 김 장관의 첫 정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에 정식 임명되면 곧바로 당정 협의를 거쳐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경영계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청도 사용자, 확대된 교섭 책임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을 주 내용으로 한다. 20, 21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법이 좌절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을 포함한 43명은 6월 23일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이번 개정안에서 핵심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와 사업 경영 담당자(CEO 등),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한정한다. 개정안은 조문 2가지를 추가해 하청 근로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도 사용자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영계는 원청은 물론, 계열사나 모회사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이에 대해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 노조법상 구조로는 하청 노조와 원청이 교섭하는 방식을 흡수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고려할 때 원·하청 교섭체계를 새롭게 법제화하는 방식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노동쟁의 대상 확대다. 현행법은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쟁의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개정안은 ‘결정’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쟁의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나 단체협약 불이행뿐 아니라 해고자 복직,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교수는 “이는 노동 조건과의 관련성을 이유로 오랫동안 논쟁해온 부분”이라며 “경영계의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쟁점은 손해배상청구 제한이다. 현행법은 노조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단체교섭이나 쟁의를 할 경우 사용자는 노조나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실제 현장에선 파업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개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기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노조 활동 위축 우려도 나왔다. 이에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조 단체 결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 개개인에게 묻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철도기관사·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며 전국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사를 점거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재계는 최근 국회를 찾아 여당 정책위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입법 철회를 요청했다.
노사 균형 찾는 방법이 관건

김영훈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7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정부도 일정 부분 조율에 나선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7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당정 협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의 수정 방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개념을 원·하청 간접고용 관계로 한정하고,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사항 일부는 정부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행 시점도 6개월 또는 1년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조항도 수정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현대자동차 불법 점거 사건에서 “노조원 개인의 책임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판시한 점을 반영해 개별 조합원에게 제한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 교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방치해 문제가 악화된 만큼, 해법에도 강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며 “노동시장에 병이 있다면 환부만 정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시행은 산업 특성과 규모, 도급 형태 등 구조적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교수는 “지금은 관세 등으로 기업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법 시행 시점을 연내로 못 박기보다 외부 여건과 기업 생존 환경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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