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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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K팝 관객 신원 확인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7-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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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업계가 ‘암표 방지’를 이유로 관객 신원 확인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진행하는 데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GETTYIMAGES 

    K팝 업계가 ‘암표 방지’를 이유로 관객 신원 확인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진행하는 데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GETTYIMAGES 

    공연업계를 통틀어 K팝 분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있다. 엄격한 관객 신원 확인이다. 물론 다른 공연장에서도 예매한 표를 찾으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장애인, 국가유공자, 지역주민 등 할인 대상에게는 추가 증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선 때보다도 까다로운 원칙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국가가 인정하는 모바일 신분증 사용을 불허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등 터무니없는 서류까지 무한정 요구하는 일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주최 측이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제시해도 보안요원이 고압적으로 트집을 잡아 입장을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일은 K팝 팬이 아니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K팝 팬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무례

    K팝 업계의 신원 확인이 이처럼 팬들을 ‘쥐 잡듯 잡는’ 일이라는 사실은 최근 한 아티스트의 팬미팅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이 공론화되며 널리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경호업체가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요청하는지에 따라 판이해진다”며 아티스트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K팝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불만과 비판이 있었음에도 매우 오랫동안 같은 문제가 지속돼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혹독한 신원 확인 절차의 명분은 공연장 안전 확보나 투명한 기업 문화 정착, 인류 행복 증진 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암표 방지’다. 본 지면을 통해 이미 논한 바 있지만 암표의 발생, 곧 공급을 차단하는 대책은 변변한 게 없다. 반대로 암표의 사용, 즉 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만 넘쳐난다. 그 과정에서 국가공인 신분 증명을 제출한 소비자에게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성함을 대보라”고 윽박지르는 일까지 벌어진다. 암표를 왜 소비자의 일방적인 불편 감수, 그리고 갈수록 더 많은 개인정보 제공으로 근절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소동의 대전제는 “예매자와 입장객의 신원이 일치해야 암표가 아니다”인데, 이 또한 K팝 분야에서만 볼 수 있는 황당무계한 소리다. 양도표가 발생하지 않는 공연업계는 없다. 심지어 길 가다 주운 티켓을 들고 가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조치가 업계 관행이 될 만큼 오래 지속되고, 도무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걸까.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공연장 갑질과 암표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말이다. 더 늦기 전에 K팝 현장에서 팬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무례를 근절해야 한다. 암표 문제는 팬들을 학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 차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K팝이 공연업으로서 최소한의 상식을 회복하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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