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9

..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 정책 속도가 하반기 증시를 좌우한다

이제부터 기업 실적·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속도 중요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5-07-29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동아DB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동아DB 

    한국 주식시장은 13%대 폭등을 기록한 6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7월에도 3200 선을 넘나들며 2021년 도달했던 역사적 전 고점(3300포인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이달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논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해임을 둘러싼 논란 격화 등 미국발(發) 역풍이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질 법도 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7월 초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후 고유의 정책 기대감이 지수 방향성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점 레벨 높아지는 구조적 상승 중요

    그 방향성은 6월 27일 전격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서도 읽힌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유망한 재테크 수단’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2000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주식투자(31%)가 부동산 투자(23%)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1 참조). 정책적 변화, 심리적 변곡점인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부동산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 방향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인도 한국의 상법개정안(이미 통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자사주 의무화 소각(향후 추진 예정) 등 기업 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을 계속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주주가치 제고)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42%), ‘긍정적 영향’(16%) 등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13%)에 비해 높게 집계됐다. 

    이처럼 정책 방향, 외국인 수급, 국내 투자 문화 변화(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증시 미래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가 32% 폭등하는 과정에서 단기 과열 부담을 넘어 버블론도 제기될 수 있다. 통상 버블의 대표적 징후는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급증이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했음을 의미하는 신용잔고를 살펴보면 7월 현재 코스피 신용잔고는 13조 원으로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초 이후 증가율은 43%대에 육박한다(그래프2 참조). 

    그럼에도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율이 32%대임을 감안하면 ‘신용잔고 증가율-코스피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가 10%p 미만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코스피가 3300포인트대에 진입한 후 꼭지를 형성했던 2021년 6~8월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은 0.6%대였다. 하지만 7월 말 현재 그 비중은 0.5%로 아직 국내 증시가 버블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성 자금이 만들어내는 과열 신호,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 아직 극심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잠재적인 개인투자자의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국 증시를 둘러싼 정책과 수급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역사적 전 고점을 넘어 3500포인트 혹은 그 이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주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단순히 고점을 하루이틀 찍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고점 레벨이 높아지는 구조적 상승을 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는 그동안 주가 상승 동력이던 기대감(정책·실적 등)이 얼마나 현실화하는지에 달렸다. △추후 기업과 주주 간 분쟁 시 법원이 주주 이익을 위한 실제 판례를 남길지 △기업들이 물적분할, 중복 상장 등 기존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더는 하지 않을지 같은 실질적 변화 말이다.  

    지금 코스피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처럼 관세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하반기 이익 전망이 암울한 상태다. 다행히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상반기 주도주이자 관세 무풍주로 불리는 업종의 이익 전망이 상향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이들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끊지 말아야 한다. 

    관세 노출 업종 하반기 전망 암울

    동시에 코스피 방향성을 결정하는 업종은 시가총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업종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미 적용 중인 보편관세(10%), 8월 1일 부과될 상호관세(한국은 25% 예상) 등 관세 충격은 수시로 경제지표, 기업 실적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10~11월 3분기 실적 시즌이 7~8월 2분기 실적 시즌보다 더 중요하다. 

    결국 투자자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단순 기대감보다 관세가 기업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와 상법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현실화되는 속도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주가는 기대감이 현실화 될 때야 제대로 반응한다. 앞으로 투자 판단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