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 전 회장 지배력 강화 후 친인척 대출 급증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으며,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액이 4억5000만 원(5건)에 그쳤으나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대출액이 137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해당 사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6~7월 우리은행을 현장 조사했다. 금감원은 해당 대출 건 중 350억 원(28건)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및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라고 파악했다.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으며, 대출 취급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사례라는 것이다. 7월 19일 기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 전체 대출 건 중 269억 원(19건)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 조사 종료 이후인 8월 9일 기준 대출 잔액은 303억 원(25건)이며, 단기 연체와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 원(17건)이라면서 담보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부당대출 의심 건에 대해서는 올해 1~3월 자체 검사를 실시해 신용평가 및 여신 취급 부실, 채권 보전 소홀 등을 확인했으며, 이에 서울 선릉금융센터장을 면직하고 관련 지점장을 감봉하는 등 부실 책임을 엄정히 물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체 검사 결과 파악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부실 여신 취급 관련인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 내부 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 처리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 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외형 확장보다 신뢰 회복 우선
임종룡 회장은 8월 1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임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 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업문화, 업무 처리 관행, 상하관계,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면서 객관적으로 철저히 바꿔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 경영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6월 김해지점에서 180억 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영업점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본점에서 예고 없이 현장 검사에 나서는 ‘불시 검사’ 비중을 늘리겠다는 공문을 7월 영업점에 배포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내부 규정을 어긴 사례가 드러난 임직원에게 즉시 업무 배제와 후선 배치 등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600억 원대 부당대출에 대한 대책으로 ‘내부자 신고 채널 확대’라는 조치를 내놓았다. 이번 부당대출 원인을 상급자의 부당한 업무 지시라고 판단해 상급자가 불합리하게 여신을 취급하라고 지시할 경우 내부자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1년 전 내부자 신고 포상금을 10억 원까지 확대하고 외부 신고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꾼 상태라서 내부자 신고 채널 확대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출범 등 비은행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외형 확장보다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사고가 반복되면 기업 밸류업 기대보다 시장의 실망이 더 커질 수 있고, 여전한 내부통제 허점을 보여준 이번 사건은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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