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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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찾습니다’ Z세대와 사람 찾기 나선 기업들

[김상하의 이게 뭐Z?] 제품 뒤에 숨은 스토리와 사람에 집중하는 Z세대 겨냥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4-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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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돈쭐낸다’는 말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선행을 했으니 “소비자인 내가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의미에서 탄생한 말이다. 이 말이 유행할 때 Z세대는 특정 콘텐츠를 만든 담당자를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제품 자체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젠 그 뒤에 숨은 스토리와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엔 역으로 기업이 소비자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찾는다’는 단어를 중심으로 직접 소통하는 마케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걸 정확히 이해한 기업으로 보인다.

    # ‘이마트송’ 2배속한 유튜버를 찾습니다

    이마트 CM송을 2배속으로 편집한 유튜브 영상 섬네일. [‘sake L’ 유튜브 채널 캡처]

    이마트 CM송을 2배속으로 편집한 유튜브 영상 섬네일. [‘sake L’ 유튜브 채널 캡처]

    기업에서 ‘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마케팅 문구를 종종 내놓는다. 브랜드 10주년 기념 파티 등에서 해당 브랜드와 초성이 같은 이름을 가진 고객을 찾는 이벤트가 그 예다. 이 밖에 기업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해준 소비자를 찾기도 하는데, 맘스터치 측에서 닉네임 ‘맛둥이는나다’라는 배달의민족 사용자를 직접 찾아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 사용자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한 맘스터치 지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해 먹은 뒤, 닭다리살이 다른 지점에 비해 작다는 내용의 컴플레인을 남겼다. 컴플레인을 확인한 지점 사장은 직접 닭다리살 크기를 비교했고, 사실로 드러나자 본사에 신고했다. 본사는 이 사용자를 찾아 사례했다. 사실 제품 품질 관리 측면에서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를 재밌게 풀어 오히려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이마트도 최근 한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존 이마트 CM송을 윤하, 적재 등 유명 아티스트가 부른 버전을 공개했다. 8년 전 발표된 이마트 CM송이 다시 부활한 데는 한 유튜버의 공이 큰데, 그를 이마트가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나 신분을 공개한 유튜버가 아니기 때문에 이마트는 ‘sake L’이라는 아이디만 갖고 그를 추적하고 있다. 이마트 CM송을 포함한 단 2개 영상만으로 19만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유튜버라 다른 단서도 부족하다.

    이 유튜버가 수년 전 만든 화제의 영상은 기존 이마트 CM송을 2배속으로 편집한 것이다. 섬네일에 광기 어린 엘모 캐릭터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게 없지만, 이 영상의 킬링 포인트는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엘모 캐릭터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5시간에 달하는 이 영상을 틀어놓고 어떤 일을 하면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고, 또 빨리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마트는 단순히 30주년 기념 CM송만 내놓는 게 아니라, ‘Sake L’이라는 유튜버를 찾는 콘셉트로 몇 년 전 유행을 다시 ‘끌올’하고 있다. 그를 찾는 데 소비자들이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더 큰 유행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고객 감사 마케팅, 고객 참여형 마케팅에 Z세대 소비자는 열렬히 반응할 수밖에 없다.



    # 신촌역 ‘뉴진스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홍대입구역 인근에 출몰하는 ‘뉴진스 할아버지’. [틱톡 ‘뉴진스할아버지’ 검색 화면 캡처, ‘wowsigryn4u’ 틱톡 캡처]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홍대입구역 인근에 출몰하는 ‘뉴진스 할아버지’. [틱톡 ‘뉴진스할아버지’ 검색 화면 캡처, ‘wowsigryn4u’ 틱톡 캡처]

    틱톡에 ‘뉴진스 할아버지’를 검색하면 수많은 직캠 영상을 볼 수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주변에서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한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상당한 박자감과 수준급 춤 실력으로 최근 Z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등 인기 걸그룹의 신곡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이 할아버지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나이를 잊은 감성”이라며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Z세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은 할아버지가 어디서 나타날지 공연장소를 찾아다닌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홍대입구역 인근에 할아버지가 출몰하면 사진과 영상으로 위치를 공유해 더 많은 사람이 버스킹을 보러 올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적잖은 나이에도 최신 노래를 다 외우고 춤까지 춘다는 게 “대단하다”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다. 아직 뉴진스 할아버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최근 이 할아버지와 한 팝업스토어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걸 보니, 유튜버 ‘땡깡’과 비슷한 루트를 타고 더 승승장구하지 않을까 싶다.

    # 유튜버 ‘쓰레기걸’의 부계정을 찾았습니다

    유튜버 ‘쓰레기걸’이 최근 새롭게 운영을 시작한 부계정 ‘살아라! 콸콸이’. [‘살아라! 콸콸이’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버 ‘쓰레기걸’이 최근 새롭게 운영을 시작한 부계정 ‘살아라! 콸콸이’. [‘살아라! 콸콸이’ 유튜브 채널 캡처]

    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유명 유튜버 ‘쓰레기걸’이 얼마 전 부계정 ‘살아라! 콸콸이’를 만들자마자 기존 구독자들이 그를 찾아낸 게 대표적이다. 구독자 55만 명이 넘는 본계정 ‘발명! 쓰레기걸’을 두고 왜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새 채널을 정식 공지하기도 전에 “이건 KTX 타고 가면서 봐도 쓰레기걸 채널”이라며 구독자들이 먼저 그곳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라! 콸콸이’ 채널에 첫 영상이 올라온 지 3주 만인 현재 구독자 5만 명을 넘어섰다. 8개월간 본계정에 영상이 업로드되지 않아 구독자들의 갈증이 몰린 영향도 있다.

    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에, 어떤 소문이든 삽시간에 퍼진다. 조직력이 탄탄한 팬덤이 있다면 더 빠르게 퍼져나간다. 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이걸 어떻게 알리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Z세대는 이미 뭔가를 찾는 데 익숙하고, 특히 좋아하는 대상은 반드시 찾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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